수리재 이야기
풀매기
떨켜
2008. 6. 16. 17:06
엊저녁엔 회사에 갈 일이 있다며 수리재에 가지 못할거라고 하던 남편이
아침이 되자 나를 깨웠다.
"갈 거면 빨리 일어나. 차 막히기 전에 출발하자."
달디단 아침잠에 10여 분을 더 바치고 부스스 일어나 준비하고 출발했다.
청평에 도착하니 9시가 조금 안되어 농협에서 쌀과 고기 그리고 고추 묶어줄 끈을 샀다.
수리재 마당에선 언니가 무언가 잘 안된다며 끙끙대고 있었고
형부는 늘 오로지 한 가지 잔디 풀 매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밭에 올라가 보니 고추랑 오이가 그런대로 되가고 있다.
한 바퀴 돌고 마당에 엎드려 모두 풀을 맸다.
풀처럼 잘 자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매도 매도 뒤돌아보면 또 있다.
점심엔 오골계를 잡아 백숙으로 먹었는데 맛있었다.
술 한잔에 밤나무 그늘에 신선 놀음이다.
점심상을 치우고 아랫밭에 내려가보니
콩, 팥보다 풀이 더 많다. 그늘진 곳을 골라 호미질을 하는데 풀이 작아선지
손에 잘 잡히지도 않는다. 콩이 부러질까봐 쪼그리고 앉아서 하자니
다리 허리도 아프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 해가 기울 무렵
옆 밭 주인 이장이 트렉터를 몰고 올라오셨다.
"곡식이 풀을 잡아야지 사람이 잡아서는 못 당해유."
"서울 양반들이야 운동으로 하는 거지. 그 까이게 뭐 일 같기나 한가유."
그런다. 힘들어 죽겠는데 농부 눈에는 심심풀이로 보이나보다.
낮에 술과 고기를 먹어선지 저녁 생각도 없었지만
그래도 상추쌈과 돼지고기 볶음을 먹고
아랫마을로 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우리 발자국에 맞춰 집집마다 개 짖는 소리에 동네를 시끄럽게 만들어놓고
돌아왔다. 그래도 작은 논두렁길을 걸으며 옛 시골집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