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농사일기

1 내 밭을 마련하다

떨켜 2008. 10. 1. 10:38

올해 짓게 되는 땅은 산골 깊이 들어가 있는 곳이어서  '서울에도 이런 곳이?' 하고

놀랄 정도로 감춰져 있는 곳이다.

이태 동안 짓던 푸른들 마을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된다고 한다.

작년 가을걷이가 끝나갈 무렵 주말농장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이제 내년부터는 이곳에서 못하게 된대 라는 소문의 막연한 불안감이 구체화되자

어디 가서 농사를 짓나하고 서로 걱정을 하곤 하였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숲속에서 주말 농장을 개장할 곳이라는 현수막을 보고

얼마나 기뻐하였는지 나는 그 뒤로 몇 번이나 그곳에 가서 언제 밭을 갈 수 있나

확인해 보곤 하였다. 그곳은 도시적인 모습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목가적인 분위기와 이름 모를 아름다운 새소리가 있는

정녕 시골살이를 꿈꾸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꼭 맞는 곳이었다.

봄이 되자 골짜기 가운데쯤에 내 터전을 잡고 5평의 즐겁고 행복한 설계를 그려 보기로 하였다.

아무리 작은 씨앗 한 알일지라도 땅에 닿기만 하면 싹이 틀 것 같이

햇살이 온 땅 위에 따사로이 내려쬘 때,

나는 겁도 없이 삽을 들고 밭으로 향했다.

벌써 몇년 째 주말농장을 하였지만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땅을 파 본 일은

거의 없었기에 ‘하는 데까지 해 보자’하는 마음으로 덤빈 것은

순전히 봄기운 탓이었다.

땅을 파 엎기에 앞서 거름을 뿌려야 했다.

농장 운영자 겸 관리인이 날라다 주신 유기질 퇴비 두 포대.

(유기질 비료는 자연 미생물을 매개체로 하여 유기물을 적절히 발효시킨 퇴비를 말한다.)

그런데 그 퇴비를 보자 며칠 전 보았던 방송이 생각났다. 

원래 닭똥이나 소똥에 톱밥을 넣어 자연 발효되게 만드는 유기화합물이

자연산 퇴비인데 자연 상태의 나무 톱밥은 값이 비싸니까

mdf 같은 가공목의 톱밥을 섞어 유기질비료라고 판다는 것이다.

mdf는 나무를 갈아 쪄서 눌러 만들기 때문에 붙임에 필요한 본드 같은 화학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그 톱밥을 썼을 때는 천연비료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비료를 사용하면 유기농산물이라고도 못할뿐더러

땅심도 죽어 토양 오염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는 고발 프로였다.

사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유기농이라고 하면 무조건 몸에 좋은 것이라고

믿어버리는 성향이 생겼는데 이렇게 사기치는 사람들이 한 수 앞서 있다고 생각하니

순진한 우리들이 믿고 땅에 거름으로 줄 이 비료도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이 험한 세상을 탓해야 하나.

그래도 쉬엄쉬엄 5평을 모두 삽으로 떠 엎어놓고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