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농사일기

4 상추와 오이 농사 망치다

떨켜 2008. 10. 1. 12:59

 

 

청상추와 꽃상추를 반반씩 심으며 이 정도면 많은 사람들하고 나눠먹을 수 있겠지 했다.

어릴 때 솎아서 밥 비벼 먹는 맛도 썩 좋아서 몇  번 솎아 왔는데 크는 모양이 이상하게 작년과 같지 않다.

힘이 없고 크지도 않아서 물이 없어서 그러나하고 갈 때마다 물을 주고 왔는데도

뭔가 이상하다. 그래서 관리인에게 와서 봐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는 상추를 뽑아보더니 뿌리에 병이 났다며 다 뽑아내고 퇴비를 다시 하라고 하였다.

작년까지는 인근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지었다는데 화학비료를 너무 많이 뿌려서 그렇다는 것이다.

많이 속상한 이럴 때, 농부님네 마음도 생각해본다. 손바닥만한 푸성귀 안된 것도 이런데, 자연 재해, 수지불균형, 병충해 등 여러 가지 농사시

름과 FTA 같은 높은 파고를 어찌 삭히며 이겨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추 다 뽑아내고 호미로 깊이 파서 땅을 헤쳐 놓고 왔다.

나눠먹으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미안해진다.

내가 빈손으로 터덜터덜 집에 가려고 하니

보기에 안되었는지 관리인 부인이 자기네 상추를 나눠주었다.

그다음 날, 상추 있는 김에 삼겹살 궈 먹자고 남편 친구 부부를 농장으로 오시게 했다.

부부는 우릴 부러워하였다. 신선놀음으로 좋은 것만 먹고 산다나.

그러나 농사를 직접 짓고 싶지는 않다고 하였다.

아이고 이건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옛말에 “비 온 뒤, 오이 불어나듯”이라는 말이 있다.

그처럼 오이는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다.

근데 바보같이 비탈 위쪽에 심어 자꾸 마르는데다가

옥수수그늘이라 크질 못한다. 아무래도 수확을 기대한긴 어렵겠다.

이런 나의 미련함까지 하느님의 섭리에 맡겨드리자. 지혜를 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