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농사일기

5 푸른들 마을 그 이름이 아쉽다

떨켜 2008. 10. 2. 17:49

 

 

 

3년 전 인터넷 뒤져서 푸른들 마을에 주말농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첫 방문 때, 비포장에 물웅덩이가 있는 길을 보고 차 다 망가지겠다하면서도

신기해했던 일이 생각났다. 우리 동네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말이다.

내 중심에서 조금만 눈 돌리면 다른 많은 것들도 찾아볼 수 있었을 텐데 모든 면에서 좁게만 살아온

것은 아닐까?

그곳은 꽤 넓어서 5평짜리 밭이 2000개 라는 소리도 들었다. 주말 농장 뿐 아니라 근교 농업하는 도시 농민들의 터전이 훨씬 넓었기 때문에

푸른들(넓은들) 마을이라는 지명이 있었나보다.

그런데 지금 그곳은 잡초만 무성하다. 보상 받은 농민들도 거반 떠나고 사람들이 갖다버린 쓰레기 더미와 집 지을 사람들이 와서 꽂아 놓은

노랗고 빨간 깃발들이 여기저기 펄럭일 뿐이다.

누가 언제 심었는지 꽤 큰 메타세쿼이어 스무 그루쯤이  나란히 서 있는 언덕은 아파트가 들어서더라도 보존해 줬으면 할 정도로 아름답다.

안젤라가 많이 힘들 때 우린 그 길을 자주 걷곤 했다.

그러면서 누가 이걸 심었을까? 참 고맙기도 하지. 그 그늘에 앉아 쉬기도 하며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호박덩굴 속에서 매달린 호박도 찾아보곤 하였다.

이제, 구역을 정하느라 박아놓은 쇠울타리가 말해주듯 이곳은 푸른들이 사라지고 아파트 숲이 되게 생겼다.

곳곳에 피어나던 들꽃도 새들도 맑던 공기도 인공적인 것들에 밀려 사라질 것이다.

매끈한 도로와 시멘트 담장과 자동차들로 꽉 차겠지.

그리고 사람들은 또다른 푸른들을 찾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