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농사일기
6 감자를 캐다
떨켜
2008. 10. 2. 17:54
하지가 지나자 감자는 줄거리를 눕혀놓고 잎사귀도 누렇게 바래져서 캘 때가 되었음을 알려 준다. 참, 자연적인 것들은 올 때를 알고 갈 때를 안다. 누가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종을 쳐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감자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해서 구황식물이라는 명예로운 이름도 붙어있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감자 모양이 동그랗지 않고 타운형으로 길쭉한 것도 있었다. 자주 감자가 있어 색이 자주색이었는데 그것은 아린 맛이 더 강했다. 하얀 감자는 하얀 꽃, 자주 감자는 자주 꽃 하던 노래도 있었다. 이른 봄에 젤 먼저 심어 80일 정도면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감자 캐내고 늦은 모내기를 하던 광경도 기억난다. 감자 한 알이면 서너 조각 눈 있는 곳을 떼내어 심고 재를 묻혀 심으면 더 잘 자란다고 해서 볏집 태운 재를 묻히던 모습도 생각난다. 2000원 어치 심었더니, 5키로도 넘게 나왔다. 물론 탁구공만한 것이 젤 많고, 메추리알 만한 것이 두 번째, 애기 주먹만한 것도 몇 개 보인다. 그래도 이렇게 많이 주시다니 내가 한 것은 별로 없는데 감사하게도 이렇게 많이도 주셨다. 나오다가 30년 전부터 이곳에서 농사지었다는 할머니를 만났다. 내가 집에서 가져온 과일과 쪄 온 감자를 내놓고 먹는데 이러신다. “옛날에는 깡보리밥에 감자를 많이 넣고 쪄서 으깨어 먹었어. 맨날 그것만 먹고 살았지. 그것도 배부르게 먹으면 좋았어. 형제들은 예닐곱에 맨날 허기져서 살았어. 그래도 건강하게 잘 컸지. 근데 요즘 애들은 왜 수퍼에서 사오는 것만 좋아하는지 잘 먹고 살면서도 왜 또 그렇게 아프다고 하는지.... 내 나이? 일흔 넘었지. 옛날이 그렇게 옛날도 아니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