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농사일기
14 가을
떨켜
2008. 10. 2. 18:27
봄의 들판이 약동하는 느낌이었다면 가을의 들녘은 성숙함이 배어 있어 보다 차분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가끔 고구마 밭이 있을 뿐 배추, 무 같은 김장채소들로 통일되어 있어 한층 정돈된 농장에는 가을볕을 쬐며 볕 속에 들어있는 빛들 중에 가장 예쁜 빛을 골라 때때옷을 입은 채송화, 해바라기, 분꽃, 깨꽃 등도 있고 들판에 흔하게 피는 여뀌나 간질간질 간지럼을 태우는 강아지풀도 자기 혼자만의 빛으로 가을을 즐기고 있다. 언덕 아래 구석진 곳에 진보라빛 나팔꽃은 어찌 저리도 고울까? 잘 보이지 않는 곳에 홀로 피어서 외로운 보랏빛 그리운 보랏빛 아침이슬과 함께 피고 저녁노을과 함께 지는 나팔꽃처럼 우리의 삶도 아름다울 수 있다면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얼마나 행복할까? 길지도 않게 단 하루 살다가는 나팔꽃을 보며 단 하루만이라도 욕심 다 떨궈내고 걱정 다 맡긴 채 그렇게 살고 싶어진다. 내 목숨도 사실 하루살이 일진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