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올레, 그 여정속에서
떨켜
2010. 3. 2. 20:42
내 삶에 허무의 그림자가 짙다.
이룬 것도 남긴 것도 앞으로 희망적인 느낌도 없다.
내가 메신저의 닉네임을 "nothing"으로 한 것도 이런 내 마음을 비춘 것이다.
그래서 떠났다.
허무를 버리기 위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내 삶을 소중히 이루기 위해
여행을 꿈꿀 때는 그나마 설레고
준비를 하자니 걱정과 두려움이더니
길을 마주하니
숨은 그림 속의 내가 하나 둘 보인다.
딸의 그림자 뒤에, 아내의 어깨너머에
그리고 엄마라는 가장 큰 그림속에 숨겨져 보일락 말락하는
한 사람 나의 원초적 존재를 찾는다.
나는 내 행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가?
내 주변인들의 행복이 내 행복이라고 여기며 살아온 지난 날들.
그들을 위해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고자 했고 그들을 따뜻히 품어주는 기쁨으로 살아온 날들.
그것이 내 성적표였다.
그런데 왜 이리도 허무할까?
바람소리가 세다. 가슴이 헛헛해진다.
뻥 뚫린 구멍이 여기저기 숭숭
아프다. 아프다고 소리치지만 아무도 듣지 못한다.
사실은 소리도 못 쳤다.
누군가도 먼저 이 길을 이렇게 걸었겠지.
다음에 어떤 이도 마음 추스리며 울면서 걸어가겠지.
이것이 사는 것이라고 누구나 아파하며 살고있다고
파도가 위로하고 바람이 노래한다.
제주의 돌담 모퉁이,
들녘의 오름에서, 혹은 황홀하게 아름다운 바다에서
오늘은 나를 마주보려 서 있다.
용기를 내자. 나를 사랑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