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림을 찾아서

3 - 보령 오서산 휴양림

떨켜 2012. 1. 17. 17:56

몸살기가 살살 돌았다. 오서산 휴양림 예약일이 다가오자 갈등이 되었다. 몸살약 먹고라도 가야하나 쉬는 게 나을까 토요일 아침, 늦은 아침을 먹고 출발하였다. 다행히 서해안 고속도로는 정체가 길지 않아 오천항에 두 시쯤 도착하였다. 오천항은 대천항 위에 있는 작은 항구인데 주로 배낚시가 많고 생산물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작년에 왔을 때도 키조개와 꽃게 정도여서 관광객도 한산하였다.  그런데 겨울 바다라서일까 유난히 파랗고 잔잔한 물결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바로 항구 옆에 있는 수영성이라는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만들었다는 돌로 된 성곽은 색다른 흥미를 안겨주었다. 아치형의 입구 주변은 왜란때 축조된 것 같고 나머지는 근래에 와서 복원한 듯 보였다.

마음이 청량해지는 항구의 풍경
시리도록 푸른 바다
수영성 입구

 

 

 

성을 지키는 병사들의 휴식터였을 집
성곽 아래 둑방에 피어있던 개불알꽃

성에서 내려와 상가로 가보니 횟집 주인이라는 덥수룩한 어부가 금방 잡아온 싱싱한 쭈꾸미라며 많이 잡았다고 좋아하였다. 아들하고 둘이 나가 백만 원 어치를 올렸다며 도시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들어온 얘기를 하였다. 그곳에서 쭈꾸미를 사가지고 굴 축제를 보러 장은항으로 갔다. 주로 석화를 비닐망에 담아  놓고 파는 노점이 죽 늘어서 있는 갯가였다. 사람들도 꽤 많아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바다를 보니 양식장 표시가 펼쳐져 있었다. 석화 양식이라고 하였다. 석화를 사고 휴양림으로 오니 4시가 넘었다. 

오서산의 느낌은 커다란 곰이 웅크리고 누워 있는 거 같다. 나무도 그리 크지 않고 잔잔하고 산엔 바위는 별로 없는 듯 하였다. 산이 많은 보령지방에 양지쪽 산 밑에는 옹기종기 농가가 두서너 채씩 모여있다. 평화로운 모습이다. 나도 언젠가는 저런 모습으로 살 테지. 저녁쯤이면 아궁이에 불을 들이고 밥 뜸드는 소리 자작자작하고 따뜻한 연기가 마을을 감싸고 있다. 정말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산촌은 금방 어두워지고 뜨뜻한 밥에 배가 부르고, 구들이 따뜻해지니 절로 누워져 잠에 취했다. 한밤중에 깨어 창밖을 보니 적막과 고요만이 가득할 뿐 천지간에 깨어있는 사람은 나뿐 인 듯 하였다. 좋은 자연 속에 있다보니 몸살기도 사라지고 머리 아픈 것도 다 나았다.

창 밖은 겨울이고, 안쪽은 더운 것은 생과 사에 견줄 만한 것인가
하루 묵었던 숙소 개나리방

산촌의 겨울은 더욱 고즈넉하다. 오두막 한 채에 차 한대씩 서 있었으나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혼자 울리라.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열쇠를 반납하고 오서산에 올랐다. 눈이 많이 와서 녹지 않아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아이젠도 없었으니 위험하기도 하였지만 오르다보니 정상 700미터 전이다. 조금만 더 가면 높은 데서 내려다보는 가슴 펑 뚫리는 시원함을 맛보리라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쉬고 있던 등산객이 위험하니 가지 않는게 좋다고 하였다. 남편과 상의 끝에 발길을 돌려 내려왔다. 우리는 가을 억새꽃이 예쁠 때 다시 오자고 약속하였다. 약수가 있는 중턱쯤부터는 임도가 나있다. 숙소까지는 2킬로미터 넘는다고 한다. 눈이 쌓인 임도는 오가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눈이 발목까지 닿는다. 갑자기 러브스토리 주제가가 흥얼흥얼 나온다. 남편은 한편 찍게? 하고 웃는다. 눈을 뭉쳐보았으나 모래처럼 흩어진다. 나는 눈 위에 눕는 장면 대신 오겡끼데쓰까하고 산천을 향해 인사를 했다. 나무들아 풀들아, 저 듬직한 산들아 안녕 나도 안녕!!! 담주가 구정이라서인지 올라오는 길도 한산해서 고생 없이 홈인하였다. 언젠가는 다시 찾을 그곳을 뒤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