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여행기
떨켜
2013. 5. 11. 15:51
복사꽃 만나러 가자고 한 날이 사나흘 남았는데
나니씨가 긴급 공지를 날렸다.
좋은 소식 : 꽃 세상 열림
나쁜 소식 : 그날 비 예보
반응 한결같다.
"비 와도 갑니다." "비 오면 더 좋아요." "비향도 좋아요." "강행합니다."
열혈 낭만파 아줌니들이다.
상봉역에서 친구들을 상봉하기까지 사전수전을 겪은 뒤라 이미 체력 고갈 상태지만
친구들을 만나니 소풍 기분에 새로운 힘이 난다.
향 좋은 커피를 마시니 훨씬 기운이 났다.
오랜만에 만났어도 어제 본 친구같다.
그동안 밀린 이야기로 한 시간이 넘는 김유정 역까지도 금방이다.
춘천행 전철이 생기면서 김유정 역사는 새로 지어 이사를 했고 구 역사는 작은집처럼 남아있다.
지히씨가 어느 해 봄날 왔다가 활짝 핀 금병도원의 복사꽃에 반해 또 보고 싶어 오늘의 여행지가 된 김유정 생가가 있는 금병산 자락 실레마을.
오랜만에 사과나무 과수원을 보니 고향생각이 났다. 우리 동네엔 큰 과수원이 많았다. 사과꽃 향기에 취해 살았던 어린 날, 사과나무 아래서란 만화도 생각났다.
내가 좋아하는 채소 중 하나인 대파꽃
빗방울을 달고 꽃송이도 달고 둥글레 이름처럼 예쁜 농가의 텃밭
산철쭉의 우아함 봄비와 더불어
꽃보다 아름다운 친구들
복사꽃 붉은 연정을 어찌하리 세월은 덧없이 흘러만 가는데....
아직 잔비가 오락가락하지만 상쾌한 바람이 분다.
천천히 걸어 산 위로 올라가니 사과꽃 활짝 핀 과수원이 나오고, 조금 더 들어가니 복숭아 밭이다. 산을 개간해 과수를 심었는데 그리 크지는 않다. 근데 복사꽃은 많이 졌다. 그래도 한바퀴 돌아 요요한 복사꽃을 만날 수 있었다.
김유정 생가
장독대에 매발톱꽃이 피어있다.
빨리 장가를 들고 싶은데 장인님은 점순이 어리다는 이유로 안된다고
한다. 키와 시집의 상관관계를 논하는 장인님과 이해 못하는 "나"
굴뚝이 낮은 이유는 연기가 방충 소독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무엇을 걸러내는 체와 담아 말리거나 보관하는 채반
탈곡기는 우리 마을에서 제일 먼저 우리 집에 있었던 기계다.
아래 사진은 멍석을 보관하는 모양
산을 내려오다 김유정 생가에 들렀다.
남향 언덕받이에 작은 연못과 정자, 뒤란은 산과 이어져 북풍을 막아주는 아주 좋은 집터다.
김치가 특히 맛나던 점심은 막국수, 감자전, 메밀전병에 동동주
유쾌한 이야기꽃이 곁들여진 점심시간
옥경씨가 쏜 원두커피는 여유를 더해주고
참 좋은 친구들
그들과 어디를 간들 즐겁지 아니하랴.
내년에는 만개한 복사꽃에 취해보자고 다시 한 번 약속하며 헤어진다.
복사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