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내 말 좀 듣지 2013년 11월 25일 오전 11:23
떨켜
2013. 11. 25. 12:17
지난 토요일은 남편 6촌 동생네 결혼식이 대전에서 있다는 날이었다.
남편은 며칠 전에 당신도 같이 가자고 미리 언급을 하였다. 그 말은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승용차를 갖고 가겠다는 말이렸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서 "묵을 데 있나 예약하지. 하룻밤 자고 오게."까지 하였다. 나를 대리기사로 쓰고 인심써서 여행겸하자는 말씀이다.
곰곰 생각하니 불편하고 불쾌하다. 기차나 버스타기는 귀찮고 차를 갖고 가면 술을 마신 후가 걸리고 (그런 델 가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은 그의 사전에 절대 없다.) 평소에도 결혼식 같은 사람 많이 모이는 데 별로인 마누라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나름 머리 쓴 말씀이다.
그러나 합리적으로 생각해도 대전까지 승용차로 왕복하는 건 비용도 체력도 소모가 많은 편, 기차 타고택시 타면 될 것을 이렇게 까지 해서 가야하나 싶어 힘들면 부조나 하고 가지 않아도 무방하지 않냐는 내 말에 그건 축하도 아니라면서 꼭 가서 얼굴을 봐야 도리라는 것이다.
이런 집안 대소사 문제는 결혼 초부터 싸워온 거였다. 직장다니면서 시제까지 다녀올 정도로 집안에 애착이 강한 남편이다. 그 반면 난 4촌도 별로 친하게 지내지 않는 성격이다보니 서로 이해 못하는 일이 많아 다툰 적이 많았다.
나는 전날 대전 다녀 올 생각에 잠을 설쳤다. 어쩐지 영 부담스럽다. 그래도 남편 부탁이니 들어야지 ㅠㅠ 토요일 아침 몇시에 출발유?하고 물으니 열 시면 충분할 걸 예식이 한 시니 말야 그랬다.
10시 10분쯤 주차장에서 네비게이션에 입력하던 남편이 오늘은 2서해안 고속도로로 가봐야지 한다.
왜요? 지금 검색해보니 다 막힌다네 그래도 여기가 좀 나아보여 그래도 아는 길이 났지 않을까요? 서해안 고속도로가 코앞인데 아냐 제2서해안이 정체가 짧구만 하고 제2서해안고속도로를 타러 그쪽으로 갔는데 가다보니 남동공단이란다. 여기까지 왔는데 벌써 11시 남안산에 가니 12시 그곳을 벗어나 평택쯤에서 검색해보니 경부선도 천안 지나서까지 노랗고 빨갛다. 서해안은 서해대교 건너면 초록불이다. 남편은 당진서 대전가는 고속도로를 탈 생각으로 서해안 고속도로로 합류했다. 그런데 거북이처럼 다리를 건너고 나니 1시다. 예식이 시작된 시간 네비는 도착시간을 2시 30분이라고 친절하고 정확하게 알려준다.
예식 다 끝난 뒤라도 갈 거유? 글쎄 어떻게 해야하나?
나라면 전화해서 사정 얘기하고 계좌로 송금해주겠네 이런 고생하면서 끝난 뒤에 도착해서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뭐할거야? 남편은 졸음 쉼터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먼저가 있는 형제에게 전화해서 사정 얘기를 하고 부조를 부탁하고 송금하겠다한다.
나는 아침을 한술 뜨고 나왔지만 남편은 그냥 나와서 배 고플 것 같았다. 어디가서 밥이나 먹고 집에 갑시다. 그래서 한진 항구로 갔다. 벌써 두시가 가깝다. 식당에 가면 부부인지 아닌지 안다는 말이 있다. 남자가 유난히 친절하고 배려하면 부부가 아니라고 한다. 식당 종업원은 한 눈에 우리가 부부인걸 알아본 눈치다. 나는 입맛이 없어 별 흥미가 없다. 남편은 자기 좋아하는 초밥 먹는다. 그러나 그도 피곤해서인지 아니면 강남 수사에서 먹던 맛이 아닌지 별루인 듯하다. 소주만 한 병 비운다. 우리 부모님 산소나 들러서 올라가자 그러죠 여기서부터는 운전자는 나다.
고속국도 옆에 있는 선산엘 가서 인사를 하고 상행 고속도로를 내려다보니 어느새 아침에 내려오던 고속도로와 같은 상황이다. 서평택까지 빨간불이다. 벌써 5시가 다되어 어둑어둑해졌다.
그래도 3,40키로로 달려 화성 휴게소에서 좀 쉬었는데 남편이 자기가 운전하겠단다. 아냐 절대 안돼. 내가 운전하는 게 답답해도 어쩔수 없어요. (실은 나도 이십 년 넘은 운전잔데)자기 심정 생각해서 과속할 생각도 없고 도로도 안되고. 난 맘 비웠어. 밤 열두 시라도 집에만 가면되니까
지난달 말에 회문산 다녀오는 길에 남편이 아침부터 술을 마셔 내가 운전대를 빼앗았는데 시골 길이라서150키로로 달리다가 갑자기 좁아진 도로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일이 있었다. 그때 놀란 트라우마로 집에 와서도 내가 죽었는데 영혼은 집으로 왔구나하는 환상에 빠져서 지낸 몇일이 생각났다.남편은 호떡과 자판 커피를 빼왔다. 아뿔싸 피곤한 맘에 커피를 원샷하다니 오늘밤 잠은 다 잤구나 하면서도 각성이 되어 운전하는 게 훨씬 수월해졌다. 정체는 풀렸다 막혔다 하면서 집에 도착하니 오후 8시다. 아침 10시부터 계속 차에 있었던 셈이다. 집에 오니 몸은 한없이 늘어지고 그러면서도 커피 효과로 밤을 꼴딱 샜다.
평소에는 일찍자면 새벽 2,3시에 깬다던 남편은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잘 잔다. 으이구 웬수, 내 말 좀 듣지. 웬수 한 말씀, 그렇다고 커피 한 잔에 잠을 못자냐? 참 이해할 수가 없어 에고 나 못살아, 못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