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아보카도 키우기

떨켜 2017. 8. 11. 10:53

지난 초여름이었다.

하루는 샌드위치를 만들겠다며 딸이 장을 봐 온 일이 있었다. 그 아이의 장바구니에 있던 아보카도 세 개. 과육은 빵 속에 끼워서 먹고, 호두 만한 씨앗이 남았다. 단단하고 야무지게 생긴 씨앗이다.

"심어야겠다."

 

무슨 씨앗이든지 씨앗을 심어 키우는 일이 이젠 내 취미라고 말해도 되겠다.

맨 처음에 심었던 것은 보성 차밭에서 얻어온 차나무 열매였다. 차나무 열매 세 개 중에 두 개가 싹을 틔웠고, 무럭무럭 자라서 3년이 되자 하얗고 예쁜 꽃을 피웠었다. 여름 무렵이 되면 하얀 꽃잎에 풍성한 노란 수술을 달고 나타나던 차나무를 애지중지 키웠다.

두번째는 유자나무였다. 가을이 깊어갈 즈음이면 유자차를 만들었다. 생협에서 사 온 고흥 유자를 써는 데 씨가 어찌나 탐스럽던지 몇 개를 빈 화분에 찔러 놓았더니 역시 싹이 올라왔다. 가늘고 긴 회초리처럼 크던 유자나무 잎사귀 근처에 가시가 돋았다. 남쪽이 고향인지라 베란다에서 크는 게 햇볕 부족일 것 같아서 1층 화단에 옮겨 심었다. (이 일 때문에 감기에 걸려 일주일을 고생했다) 해마다 자라기는 하지만 추위에 약해서 별로 잘 크지는 않았다.

 

내 말을 들은 딸은 얼른 책장으로 가서 책 한 권을 빼왔다. 아이들 초등학교 때 읽혔던 식물일기라는 책이었다.

"엄마, 여기에 아보카도를 어떻게 싹을 내서 키우는 지 나왔었어요."

그애의 탁월한 기억력에 찬사를 보내며 리네아가 알려 주는 대로 화분에 씨앗을 묻었다.

첫째, 씨앗을 깨끗이 씻는다.

둘째. 씨앗을 싸고 있는 갈색 껍질을 벗긴다.

셋째, 씨앗을 잘 말린다.

넷째, 씨앗의 목부분(2/3)까지만 흙을 덮는다.

다섯째, 보온과 보습을 위해 비닐도 덮어놓는다.

 

이렇게 해 놓고 물이 마르지 않도록 자주 스프레이를 해 주었다.

그랬더니 한 달 후, 모세의 기적이 아보카도에 있었다. 씨앗의 한가운데가 쩍 갈라지고 그 안에서 삐약소리를 내며 붉은 싹이 올라온 것이다.

 

 

7월 중순 무렵에 발견한 사진.

매일매일 검은 비닐을 들춰 보면서 살펴 준 결과가 이런 생명으로 나타났다.

와우!!! 난 단톡에 올려 가족들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모두 신기해하며 놀라워 했다.

 

 

일주일 후 이렇게 자랐다.

이제 씨앗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흙으로 전부 덮어 주었고, 물이 마르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돌봐줘야 한다.

 

 

또 일주일이 지나자 어랏? 첫째 옆에서 동생이 형을 치고 올라왔다. 그러더니 어느새 키가 12센티로 자라 있다.

저 아래 흙 근처에서 아직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첫째 옆에 또 한 가지가 올라왔다.

 

세 개를 심었는데 두 개는 주인 닮은 잠꾸러기인지 아직도 아무 소식이 없다. 다만 나날이 씨앗이 두 쪽으로 벌어지는 틈이 더욱 커지고 속알맹이에 무언가가 보이기는 하였다. 그러더니

 

 

 

두 번째 씨앗도 발아에 성공했다. 씨앗이 제일 크고 튼실해보였는데 역시 싹도 나오자마자 벌써 잎사귀를 펼치고 있다.

 

외국과일인 얘네들이 어떻게 자랄까? 궁금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기다려본다.

 

첫째의 키가 15센티쯤 되자 10센티 정도에서 잘라 버렸다. 왜냐하면 그래야 키만 큰 나무가 아니라 두 줄기로 자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2 주일 후에는

 

 

양 옆에 가지가 나오고 있다. 한편 둘째의 변모는 눈이 부실 지경이다.

 

 

으하하하!!! 이렇게 컸다.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기쁨도 그만큼 자란다.

 

2020. 3. 27    나이 만 2세 정도   키 8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