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북해도 여행기3

떨켜 2017. 10. 4. 16:38

  온천을 하고 잠을 푹 자고 아침을 맞으니 피로가 풀렸는지 무척 상쾌하다. 아침 운동을 가볍게 하고 식당에 들어갔다. 아침 식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낫또이지 싶다. 청정 북해도에서 생산된 콩으로 만든 낫또라고 하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낫또를 잘 먹는 방법은 나무젓가락으로 콩을 젓는다. 일정하게 한 방향으로 서른 번 이상을 저어야 실이 생겨나고 젓가락에 풍성하게 감겨 올라온다. 콩과 실을 김에 싸서 먹으면 된다. 우리나라 청국장처럼 냄새는 나지 않는다.

  도야 호수로 가는 길이다. 평원은 넓고, 초지마다 얼룩이 젖소들이 풀을 뜯는다. 차창에 비쳐지는 모습은 그림엽서 같다. 잘 갈아놓은 대지의 스트라이프 무늬, 기름진 흙의 색깔, 그 땅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봄비가 내린다. 도야 호수에서 배를 타고 선상 유람을 했다. 다시 차를 타고 아직도 연기가 올라오는 화산 "쇼와진산"에 도착했다. 지하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산은 벌겋게 열이 오른 모습이다. 당연 나무 한 그루 없다. 쇼와진산은 사유지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활화산을 보며 점심을 먹었다. 

  노보리베츠 숙소에 가기 전에 지다이무라라고 하는 에도시대 민속촌을 둘러본다. 얼마 전에 본 영화 "카게무사"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무사들의 권력과 욕망을 그렸기 때문에 민속촌 관람에 도움이 되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막부 전성기라고나 할까.

  노보리베츠는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로 유명하다. 벳푸의 온천수는 여러가지 색을 띄는 데 신기하였던 생각이 났다. 료칸에 짐을 풀고, 유카타를 입은 채로 저녁을 먹고 욕탕을 가면 좋단다. 우린 저녁을 먹고 쉬었다가 사람들이 없을 때 가기로 해서 간편복으로 갈아입고 식사를 하였다. 남편과 지옥계곡 쪽으로 산책을 하려다가 넘 추워서 그냥 들어왔다. 9시 넘어서 온천에 갔는데 노천이라고 하였지만 산이 보이는 쪽만 창문이 없을 뿐 하늘도 다 막혀 있어서 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사람들이 없어서 한가하게 즐기고 돌아왔다.

  이튿날 아침에 일찍 일어난 남편은 지옥계곡까지  걸었다고 한다. 잠꾸러기 나는 식사 후 숲속을 30분 걸었을 뿐인데.... 지옥계곡은 말 그대로 황무지 산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야말로 지옥 같았다. 어제 쇼와진산보다 훨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인가 보다. 데크를 만들어 놓아서 계곡 아래까지 내려갔다. 땅 깊은 곳에서 올라온 뜨거운 기운은 지표면에 아무 것도 살지 못하게 만들어 몹시 황량하다. 펄펄 끓는 물은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은 채, 자신이 살아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황토색의 황량함, 희뿌연 연기, 매캐한 유황냄새의 지옥 계곡, 이름에 걸맞는 풍경이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노잔호스파크, 말 목장보다 숲이 더 좋았다. 숲 길 양쪽에 수선화가 피어있는 자작나무 숲길을 걸었다. 마차를 타고 숲 전체를 돌기도 하였다.

  남편에게 이번 여행이 어땠냐고 물었더니 먹을 것과 잠자리가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나도 3월 대만 여행보다는 훨씬 힐링이 된 것 같아서 좋았다. 아니, 뭐라해도 누구와 여행을 하느냐에 따라서 평가 되는 게 큰 것 같다. 남편은 가방 정리도 혼자 다 하고, 나를 배려해주는 것도 많아진 것 같다. 다음에 또 오자. 그 말 한 마디면 뭘 더 바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