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2018년 8월 12일 오후 05:20

떨켜 2018. 8. 12. 17:48

18.08.09 35도 맑음
간신히 잠이 들었나보다. 일어나보니 7시가 넘었다. 온몸이 찌뿌등한 게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다. 밤새 켜 둔 에어컨을 끄고 환기를 하기 위해 창문을 열어놓았다. 어머니도 일어나는 기척이 있다.
잘 주무셨어?
응, 넌?
나도 잤어. 아침해서 드릴게.
전기압력밥솥에 쌀을 앉혔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어머니가 쓰신 요강을 변기에 버리고, 화장실 청소를 하였다. 변기에 누가 얹어놨는지 고무싸개가 있었는데 들추고 보니, 곰팡이가 까맣게 슬어있다. 타일바닥과 세면대도 세제를 풀어 싹싹 닦고 나니, 깨끗하다. 밤새 어디선가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샤워기에서 물 새는 소리였다.
어머니는 내가 갈 때마다 모아놓은 우편물을 한 보따리 들고 오신다.
네가 보고 버릴 것 좀 버려다오
거의 다 버릴 거다. 관리비 고지서, 통신비 고지서에 선거홍보용 우편물 등이다. 그러다 자세히 보니 지난달 수도요금이 무려 41톤이나 나온 걸 보고 놀랐다. 노모 혼자 살다시피하는 데 웬 물을 이렇게 많이 소비한단 말인가. 변기가 고장났다고 하더니 그때였나보다.
아침을 먹고 동생한테 물 샌다고 알려줬더니, 샤워기를 사 가지고 왔다.
욕실에 들어가 교체하는 시늉을 하더니 다시 들고 나왔다. 이것만 교체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기술자를 불렀단다. 그러더니 11시 반도 되지 않았는데 밥 먹자고 해서 어디 나가서 밥 먹자는 줄로 잘못 들어서
어디 가서 밥을 먹게?
하고 물었더니, 배고프다는 뜻이었다나.
밥 차려 줬더니, 깻잎이랑 잘 먹었다. 어찌보면 안쓰럽고, 어머니 무게를 혼자 다 지고 있는 게 미안하기도 하다. 그런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교차한다.
기술자가 와서 샤워기 교체하고 내가 깎아준 복숭아 먹고 동생도 갔다. 나도 우리 집으로 오려고 하는데
어머니 섭섭한 모양으로 토요일까지 있다가면 안 되냐고 하신다. 우리 가족은 어찌하라고 저러실까. 늘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면서 사오일씩 있었는데, 그럴 때 내 맘과 몸도 지친다는 건 모르시겠지.
나는 오늘 가는 대신 어머니를 욕실로 모시고 가서 바뀐 샤워기를 들고 설명을 해드렸다. 이쪽으로 하면 뜨거운 물, 반대쪽은 차거운 물, 항상 끝까지 돌리지 말고 가운데에 놓고 쓰면서 조절할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냉장고에는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직접 만져보고 기억하라고 모두 알려드렸다. 그러면서도 서울로 가야하는 내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엄마가 차비하라며 삼만원이라면서 내민다. 나는 남편이 돈 많이 벌어오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였다. 그리고 전철타고 다니니 차비도 얼마 안 한다고 자세히 말씀드렸다.
그래도 내가 주고 싶어서 그러는 겨. 그냥 받아가지고 가거라
싫어. 내가 내려와 이러는 것은 자식으로서 기본이지. 별것도 아니지. 다른 사람이나 줘요.
끝내 내 가방에 넣어준다.
에휴,
택시를 타려고 기다리니, 들어오는 차가 없어 큰 길가로 나왔지만 역시 잡지 못해 천변을 따라 천안역까지 왔다. 그랬더니 완전 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십여 분 기다리니 급행이 와서 탔는데 왜 그리 천천히 가는 것처럼 느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