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보고 그리고.....
영화) 누가 진정한 연인일까 <연인>을 보고
떨켜
2021. 7. 12. 13:51
장이모 2004 (이 글은 영화헤살꾼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리우는 벌써부터 메이를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 사랑을 이루고자 3년을 기다렸다. 진은 메이를 이용하려는 작전을 수행하며 3일 정도 생사를 같이한 사람이다. 시간의 길이로 보면 당연히 3년이 우세하지만 72시간을 꼭 붙어 있었던 시간의 질로 보면 진과의 정리도 무시 못한다. 리우는 공을 세우려는 욕망으로 작전을 펼치지만 그것으로 인해 눈에는 질투의 불이 타오르고, 가슴에는 뼈에 사무치는 불안함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연인을 빼앗길 것 같은 초조함에 근심이 가득하다. 고작 할 수 있는 것은 진더러 메이에게 마음을 주지 말라는 경고와 이런 현실은 연극일 뿐이라는 하찮은 자각만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가 봐도 티가 나게 마련이고, 점점 깊어지는 진과 메이의 사랑을 인정해야 하는 리우의 자승자박 작전. 유덕화의 얼굴은 누렇게 떠 보인다. 한 번도 제대로 평화롭지가 못하다. 거기에 비하면 진은 스스로를 바람이라고 말하듯, 좀 더 마음을 비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도 사랑의 그물에 걸려버렸으니, 메이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가다가 되돌아오는 짓을 되풀이한다. 누가 진짜 메이의 연인인가는 영화의 종반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리우가 메이의 가슴에 비도를 던진 것이다. "사랑했으면 죽이지는 말아야지. 그게 무슨 사랑이냐?" 진의 통렬한 외침이다. 리우는 오랜 시간 가슴에 품었던 여자의 배신에 치를 떨며 죽여서라도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거기에 메이를 차지한 것이 동료 진이라서 이성이 마비된 것인가. 사람의 감정은 누구도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더구나 이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무엇보다 더 미묘하고 미세한 촉수들로 이루어진 것 같기 때문이다.
당말의 혼란한 세태에 도적이 들끓었는데, 가장 큰 도적의 무리가 비도문이었다. 그들은 부자를 털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의적이었기 때문에 백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리하여 관에서는 비도문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봉천현 관부에 근무하는 리우(유덕화) 대장과 진(금성무) 대장은 비도문을 잡아 대령하라는 상부의 명령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다. 리우는 술을 좋아하는 진에게 모란방의 미녀 기녀 얘기를 해주며 수상하니 한번 가보라고 한다.
진은 모란방에서 기녀들과 술판을 벌이다 새로 온 기녀를 데려오라며 은자를 던진다. 술에 취한 진의 게슴츠레한 눈이 번쩍 뜨이게 아름답고 화려한 장님 메이(장쯔이)가 나타난다. 진은 메이의 옷을 칼로 벗겨내며 메이를 희롱한다. 악사들을 불러 메이가 춤을 추게 하는데, 메이는 버드나무 가지처럼 유연한 몸으로 환상적인 춤을 추고 북방의 여인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고혹적인 몸매를 드러내며 메이가 진 앞에 멈추자, 진은 메이를 겁탈 하려고 한다. 그때 리우가 나타나 메이와 진을 포박한다. 메이를 끌고 가는 리우는 메이를 놓아달라는 모란방 주인의 간청에 못 이기는 듯 춤을 한 번 춰 보라고 하며 “신선 길 안내 놀이”를 할 줄 아느냐고 묻는다. 메이는 어렸을 때 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수십 개의 북이 원으로 메이를 둘러싸고 메이가 한 쪽 발을 수직이 되게 들어 올려 놀이의 시작을 알린다. 그다음 리우가 콩으로 북을 맞혀 소리를 내면 메이가 긴 소매로 소리낸 북을 맞히는 놀이였다. 메이와 리우는 콤비라도 된 듯 놀이를 소화해 낸다. 신기에 가까운 청음력을 가진 메이는 무술과 무용이 결합된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다가 리우의 칼을 빼어 그를 공격한다. 소매 끝에 손이라도 달렸는지 칼을 자유자재로 놀리면서 리우의 목을 겨누다가 리우가 던진 술잔을 박살낸다. 왜 나를 죽이려하느냐는 리우의 질문에 관부 나부랭이들 다 죽여 버리겠다며 소리를 친다. 춤판은 검술 대결장이 되었다. 리우는 메이의 공격을 다 받아주다가 나중에는 메이의 혈을 눌러 제압한다.
관부의 옥에는 메이가 큰 칼을 쓰고 서 있다. 메이의 방에서 압수해 온 비도문 세 자루를 보고 새 두목의 이름과 그가 어디 있는지 불라고 하지만 메이는 입을 꾹 다문 채, 한 마디 말을 않는다. 리우는 불지 않으면 고문을 해서 다시는 춤을 추지 못하게 하겠다고 위협하고 하루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탁자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진이 비도문의 두목이 죽은 뒤에 눈 먼 딸이 실종되어 비도문에서도 딸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이에 리우는 왜 두목의 딸이 기녀가 되었는지, 비도문이 메이가 잡힌 것을 눈치 챈 것은 아닌지 궁금한 것이 많다. 진은 여자를 상부에 넘기고 상금이나 받자고 했고, 리우는 단서를 잡았으니 소굴을 캐내어 더 큰 상금을 받자고 한다. 얘기 끝에 둘의 모의가 이루어졌다. 작전은 진이 주도하기로 한다. 진은 미녀와 노는 것은 언제나 좋다고 하자 리우는 미녀한테 마음을 뺏기지는 말라고 충고한다.
진은 감옥의 메이를 탈취하여 산으로 도망을 친다. 어느 만큼 가자 말을 버리고 걸어가기 위해 칼을 잡게 하여 눈이 안 보이는 메이를 보호한다. 비도를 돌려주며 도와주는 진이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메이. 진은 전부터 관리를 증오하며 두목을 존경해왔다고 한다. 둘은 숲속을 걸으며 한결 가까워지고 서로를 알고자 한다. 메이는 진의 신체를 만져보며 그가 무술이 뛰어난 사람이며 정직한 심성을 가졌음을 느낀다. 무척 젊다는 것과 주량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아맞힌다. 그때 추격자가 따라오고 있음을 느끼는 메이. 뛰어서 달아나려다가 비도가 없어진 것을 안 메이. 비도를 찾으러 왔던 길로 가는 진. 칼을 찾아 되돌아오는 진. 메이를 포위하는 관군. 메이를 네 명의 관군이 둘러싸는 절대절명의 순간에 진이 화살을 거의 동시에 날리는 신기술을 발휘하여 메이를 구해낸다. 메이와 진은 생사를 넘나들며 더욱 가까워진다. 그런데 진의 화살을 맞은 병사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어난다. 화살이 모두 옷을 꿰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죽은 척을 했을까. 진은 우물에서 메이가 목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좀 떨어진 곳에 붉은 리본을 달아 어떤 표식을 만든다. 목욕을 다 하고 진의 복색을 갖춘 메이와 진은 묘한 분위기에 젖지만 이내 메이의 거부로 정신을 차린다.
메이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한 진이 숲속으로 들어가 리우를 만난다. 진이 메이를 탈출 시킨 것도 모두 비도문을 소탕하기 위한 연극이었다. 리우는 진에게 절대 여자에게 마음을 주지 말라고 당부하자, 진은 몸은 줘도 되냐고 되받아친다. 리우는 이 모든 것은 연극임을 잊지 말라고 한다.
진과 메이는 달리고 달려 야생화가 가득한 벌판에서 한가롭게 여유를 느끼고 진이 꽃다발을 만들어 메이에게 주는데 누군가 다가온다. 관군이다. 진은 관군들에게 작은 소리로 같은 편이라며 막아서지만 막무가내인 관군에게 상처를 입게 된다. 이때 메이가 비도를 날려 관군의 목을 따버리는 신기로 제압한다. 서로가 위험할 때 서로를 구해주며 그들은 생사를 같이하게 된다. 다시 관군이 공격해 와서 두 사람이 위기에 몰렸을 때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나게 된다. 관군과 짜고 하는 일인데 자꾸 공격을 받게 되자 진은 참담해진다. 메이는 진의 진심을 알게 되고 마음을 열어 그를 애무하지만 진은 생각이 많다. 이젠 할 만큼 했으니 떠나가라는 메이의 말에 이런 상황에 혼자 가게 할 순 없다는 진.
밤이 되자 진은 리우를 만나러 간다. 진은 공격해 오는 관군에 대해 분노하고 리우는 상부에서 하는 일이라며 본인도 두 사람을 미행하며 지켜보는 것이 너무도 괴롭다고 한다. 그러면서 상부의 정예군이 진과 메이를 죽이러 올 것이라고 한다. 그들을 먼저 죽여야 살 수 있을 거라며 화살통을 주지만 진은 팽개쳐 버린다.
메이가 진에게 진심을 확인하자 진은 자신은 바람이라며 대답을 회피하자 메이는 상관하지 말라며 화를 내며 혼자 떠나가 버린다. 메이의 반대쪽으로 달려가던 진은 다시 메이를 따라 간다. 그때 이들을 뒤쫓는 관부의 정예군.
대나무 숲 메이가 말에서 내려 잠시 쉬고 있을 때, 관군의 습격을 받지만 일당백의 무술로 맞서 싸운다. 그때 달려온 진과 함께 도망치다가 역부족으로 포위당한다. 메이는 바람은 멈추지 않는다면서 왜 포위를 당했냐고 농담을 하고 진은 한 여인을 위해 돌아온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포위망이 좁혀 오자, 그들은 대나무 창살 사이로 손을 내밀어 굳게 맞잡는다. 그 순간, 비도문이 정예군을 쓰러뜨리고 이들을 구해낸다. 비도문 두목은 바로 모란방 기생어미였다. 두목은 진과 메이를 부부로 맺어주겠다며 진에게 절을 하는데, 그 순간 진을 포박한다. 그리고 리우도 묶인 채로 들어온다. 두목은 메이를 이용해 자신을 잡으려고 한 것을 알고 있었다. 메이가 들어와 자신은 장님도 아니고 전 두목의 딸도 아니라고 한다. 비도문의 계략에 대장들이 넘어간 것이었다. 두목은 리우를 혼자 처형하겠다고 숲속으로 들어가는데 리우 역시 비도문의 영웅 검객이었다. 기생어미도 두목이 아니었고, 진짜 두목은 나타나지 않고 지시만 내린다고 했다. 리우는 메이를 이용한 것에 항의하고 사랑하는 메이를 3년 만에 만났지만 다른 남자와 있는 것을 봐야하는 심정이 괴롭다고 한다.
리우와 메이의 재회, 메이가 돌을 던져 대나무를 맞히면 눈을 가린 리우가 비도를 던져 함께 대나무에 꽂는 놀이 신선 길 안내 놀이다. 그들만의 만남은 3년 만이라면서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데 그동안 위기에 있을 때마다 도와준 것이 리우였다는 것에 메이가 인사를 한다. 리우는 모든 것은 그녀를 위해 한 일이라고 한다. 리우는 3년 동안 한 번도 메이를 잊은 적이 없다며 이 날을 위해 견뎌왔다고 한다. 리우는 메이를 안고 그간의 회포를 풀려하지만 메이가 받아주지를 않는다. 그것이 진 때문이라는 걸 리우는 안다. 그리고 그것은 연극이었으며, 둘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한다. 다시 메이가 거부하자 난폭해진 리우, 그때 비도가 리우의 어깨에 꽂힌다.
리우는 두목의 명에 의해 관부로 떠나고, 두목은 메이더러 이제 필요 없어진 진을 죽이라고 명한다. 진을 끌고 간 메이는 죽이기는커녕 진과 사랑을 나누게 된다. 진은 메이한테 함께 떠나자고 하지만 메이는 은인인 리우를 생각해 그럴 수 없다고 한다. 관부도 비도문도 아닌 바람처럼 살기 위해 떠나자는 진. 망설이는 메이를 두고 먼저 말을 타고 떠난 진을 따라가는 메이를 비도가 쓰러뜨리며 리우가 나타난다. 리우는 여태껏 메이를 사랑했다며 그자에게 보낼 수 없다고 한다. 메이는 바람처럼 살고 싶었다며 리우가 자기를 죽일 줄 알았다고 한다. 오열하는 리우. 아무래도 혼자 떠날 수 없는 진은 다시 메이를 찾아온다. 리우와 진의 처절한 싸움이 날이 바뀌어도 계속되고 마지막으로 메이는 리우가 가슴에 꽂은 비도를 진을 위해 리우에게 던지고 죽는다. 눈이 하염없이 내리고 모두 상처뿐인데, 리우는 혼자 비틀거리며 떠나가고, 두 연인은 눈 속에 묻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