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에 도착했다. 오후부터 장마예보가 있어서 얼른 왔다가 좀 일찍 퇴근하려는 마음이었다. 도착하니 랑이는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가 나를 보고 씩 웃었다. 랑이는 그렇게 잘 웃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다.
손을 씻는 사이에 자던 은이가 깼는데 똥을 싸 딸이 기저귀를 갈아 줬다. 나는 작은 대야에 따듯한 물을 떠와서 엉덩이를 씻어주었다. 은 사타구니가 벌겋길래 기저귀를 안 채웠더니 랑이 봐주는 사이에 오줌 수영을 하고 있어서 목욕을 시켰다. 랑이를 기구에서 꺼내어 봤더니 똥냄새가 났다. 진초록똥을 무더기로 싸서 씻겨주었다. 그러다가 또 진초록똥을 쌌는데 무엇을 먹여서 똥색이 이러냐고 하니 시판 이유식을 먹였다고 한다. 황금색 똥만 보다가 이런 색을 보니 걱정이 되었지만 채소를 많이 먹여서 그렇다니 다행이다. 도착하자마자 똥세례에 정신이 없었다. ㅋㅋ
은이는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분유를 아주 잘 먹었는데 이유식 먹을 때는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많다. 그래도 딸이 끝까지 먹이려고 노력해서 거의 먹기는 하지만 그럴 때 힘이 든다. 아기들도 선호 비선호가 있어서 어떤 것은 잘 먹고 어떤 것은 도리질을 한다. 신기하다. 떡뻥이라는 과자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더 달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특히 은이가 자기 표현이 적극적이다. 떼쓰는 것을 처음 봐서 좀 놀랐다. 은이 분유 먹다가 떡뻥 소리를 듣더니 떼를 쓰고 분유를 안 먹으려고 했다. 벌써 과자 맛을 아는가 보다.
오늘은 아이들을 차례대로 포대기로 싸서 업어주었다. 은이는 등에서도 가만 있질 않고 계속 움직이니까 보고 있던 딸이 아이가 빠질까봐 불안한 모양이다. 랑이는 가만 있어서 그런 것은 없었다. 낮잠은 3시간 정도는 자야 밤에도 잘 잔다는데 관리 방송이 나와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 울었다. 그래도 딸과 점심을 먹는 시간은 잘 자서 맘 편히 먹었다. 점심은 노각무침 비빔밥과 생선 가스였다. 딸도 잘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면 딸이 카페라테를 만들어 준다. 양은 많아서 조금만 달라고 해도 컵 가득 채운다. 그래도 다 마셨다.
딸네 집은 18층이라 비 오는 것도 잘 표시가 안 났는데 테라스 지지대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을 보니 비가 좀 오나보다. 아기들이 자지를 않고 놀아달라고 해서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다가 4시 반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핸들을 잡았다. 남부순환로로 들어서니 다행히 비는 우선하다. 도로는 엄청 막혀서 기어가다시피 하는데 내비가 가라는 대로(처음으로 말을 잘 들었다) 왔더니 수월하다. 주차를 하고 올라왔는데 비가 퍼붓는다. 잘 와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