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둥이 이야기

5 - 무장해제

떨켜 2023. 7. 17. 20:01

7월 15일 토요일 비

토요일에 남편이 출근하게 되었다며 올 수 있으면 오시라고 딸에게서 문자가 왔다. 알고 지내는 쌍둥이 엄마한테 들은 얘기로는 직접적인 의미는 딸이 힘드니 와서 아기들을 봐달라는 뜻이란다. 우기라서 하늘이 흐리고 비가 내리는데도 남편과 같이 갔다. 남편은 아침저녁으로 20km이상을 운전을 하고 다니기 때문에 기상이 어떻든 개의치 않는다. 딸이 이사한 새 집 구경도 할 겸 운전도 도와줄 겸 겸사겸사였다.

아기들은 할아버지가 신기한지 계속 할아버지만 보고 있다. 할아버지가 안아주면 편안히 앉아 있고, 비행기를 태워주면 좋다고 웃으며 생각보다 할아버지랑 잘 놀았다. 남편은 할아버지가 되고서야 인생 표정을 보여준다. 평소에는 날카롭고 고집이 보이는 얼굴이라 오해도 잘 받곤 했는데, 아기들을 돌보는 표정은 인자하고 자애롭기만 한 할아버지다. 손주(아기가 돌전에는 너무 작아서 안아주는 것도 어려워했는데 머리도 가누고 앉기도 잘할 정도로 큰 아기들이 훨씬 편한 느낌)를 보니 평생 하고 살았던 긴장이 해제된 것일까. 할아버지를 무장해제 시킬 정도로 손주의 힘은 막강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과 내가 주방에 있을 땐 어느새 기구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옆으로 내려가 돌보고 있다. 전에는 그렇게 자상한 사람이 아니었었는데 ㅋㅋ

할아버지의 찐 표정
은의 스트레칭
랑이 안정적으로 앉아있다

랑이는 앉아서 잘 놀았고, 은이는 다리를 쫙쫙 벌려가며 스트레칭을 한다. 랑이는 졸리점퍼를 할 때 최고로 행복한 표정이란다. 높이뛰기는 은이 더 잘 한다고 했다.

점심으로 한살림새우를 사갔더니,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딸도 남편도 잘 먹었는데 그 시간에 아기들은 자줘서 편히 먹을 수 있었다. 오후가 되자 하늘은 먹구름이 더 짙어지고, 유리창에 굵은 물방울이 맺힌다. 비가 심상치 않아서 집에 가기도 걱정이다. 귀가 때는 내가 운전해야 한다.  아까 올 때 보니까 올림픽대로는 한강물이 가득 차서 위험해 보였고,  순환도로도 지하차도가 많아 물 찰까봐 걱정이 되었다.  오는 길에 남편에게 딸 사는 모습 보니 어떠냐고 물었더니, 아기들 잘 키우고 대견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