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내 게릴라성 비가 내려서 못 가고 비가 끝난 것 같아 오늘에야 가기로 했다. 그런데 7시에 시동을 거니 그때부터 굵은 빗방울이 쏟아진다. 잠시 지나가는 구름이겠거니 했는데 30분 동안 와이퍼를 최대로 돌려야 했다. 비가 너무 와서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갈등도 했지만 ic에 올라선 순간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갑자기 장면이 바뀌는 영상처럼 푸른 하늘, 하얀 구름과 빛나는 햇살이 나를 반긴다. 깜짝선물 같다. 여름을 지나 가을로 들어온 찰나였던 느낌이었다. 그 많던 먹구름은 어디로 물러가고, 언제 가을이 다가왔을까. 여름과 가을 사이를 생생하게 경험한 것 같은 날씨였다.
랑이 소파를 잡고 서서 활짝 웃고 있다처음 맛보는 복숭아, 랑이는 달콤해요....외출복을 입혀놓으니 좀 더 큰 것 같다기분이 좋아 잘 노는 모습
도착하니 아기들은 놀고 있었고, 내가 도착해서 아침밥을 먹였다. 은이는 맛없음이라는 표정으로 뚱하면서도 다 받아먹었고, 랑이는 오목오목 이쁘게 받아먹었다. 아기들 재우고 딸은 미용실로 머리 커트하러 갔다. 나는 딸이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쉬어 있으라기에 누워서 캠을 들여다보고 아기들 동정을 살폈다. 뒤척이고, 잠시 애앵 하고 울기도 했지만 딸이 올 때까지 잘 잤다. 잘 자고 난 아기들은 컨디션이 좋아서 또 잘 놀고 밥도 잘 먹었다. 문제는 이유식을 시작한 후에 분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을 먹이려고 빨대컵도 사용해 보았지만 장난을 치고 놀기만 할 뿐, 물을 많이 마시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아기들 놀다가 찰칵!!!
딸은 육아를 하면서 걱정이 많다. 다 그런 거야. 다 걱정이 되지. 건강하게 커 주길 기도하면서 아기들을 돌보자. 나도 너희들 키울 때 그랬어. 밤에 안 자고 울면 어디가 아파서 그러는지 모르니까 쩔쩔매기만 하고 안고 달래느라 밤을 새운 적이 많았지. 누구한테 물어보기도 어렵고, 정보라곤 그땐 육아 책 한 권이 전부였단다. 정보가 없어도 걱정, 많아도 걱정이지. 어떤 사람은 아기가 밤새 울어대니까 창밖에 내놓았던 적도 있었다더라. 그러면 안 되는 일이지만 그 정도로 힘들었다는 소리겠지. 지금은 인터넷에 별의별 정보가 많으니 걱정도 많아졌지. 나도 아플 때 뒤져보면 너무나 무서운 소리들이 많아서 지금은 아예 안 본단다. 자식은 끝까지 걱정되는 거라고 그러더라구. 어찌보면 어떤 자식이든 부모의 걱정과 기도를 먹고 크는 것 같구나. 모든 부모들이 다 그럴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점심은 작은딸이 사 준 추어탕을 먹었다. 둥이맘이 잘 먹었다며 단톡에 남기자 작은딸이 더 사주고 싶어 한다. 서로 그렇게 위하고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오후 4시 이유식을 먹이고 내가 출발할 때 둥이가 유모차에 타고 나와서 배웅해 주었다. 바람이 시원해서 산책하고 들어간다고 했다. 집에 올 때는 너무나 밀려서 거북이처럼 왔다. 아마도 금요일이라 그런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