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둥이 이야기

14 - 들어갈 땐 은이와 나올 땐 랑이와

떨켜 2023. 9. 13. 13:48

9월 12일 화요일 맑음

지난주에 내가 감기에 걸려서 오지 못한 사이, 아가들은 하루도 쉼 없이 쑥쑥 커서 잠시나마 짚고 서 있기도 한다. 랑이는 은이 하던 대로 다리를 스트레칭 할 줄 알고, 왼팔 오른팔 해가면서 배밀이를 하는 것이 헤엄치는 올챙이 같다. 은이는 자유자재로 몸을 회전시켜 가고 싶은 곳을 향해 빠르게 돌진할 줄 안다. 랑이도 은이도 축대에 붙여놓으면 잡고 서서 축대 너머를 보느라 까치발을 한다.

울타리를 잡고 서 있는 은
울타리를 꽉 쥔 랑
사진 찍힐 자세가 되어 있는 랑

녀석들, 매트에서 고개를 들고 쫑긋하고 있을 땐 뻘밭의 짱뚱어 같이 귀엽다. 조금 있으면 300일이라나. 딸이 허리가 아파서 한의원에 간 사이, 랑이는 자고 있었고 은이는 나랑 놀고 있었다. 그런데 은이 자꾸 안아달라며 나한테서 안 떨어진다. 자고 싶은 건가 싶어 안고 토닥이니 잠이 든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잠방에 데리고 가면 혹시나 랑이 깰까봐 망설여진다. 거실에 그냥 재워야 하나 싶은데 요도 어디 있는지 몰라 갈팡질팡하다가 잠방에 들어갔더니, 문 여는 소리에 벌써 랑이 부시럭대며 일어난다. 급히 눈을 뜬 은이를 안고 다시 재워 제자리에 뉘니 은이는 쌔근쌔근 예쁘게 자는데 랑이 일어나 제 엄마를 찾는 눈치다. 나는 할머니야. 우리 랑이 깼어? 더 자. 더 자. 토닥여주었지만 자는 척하다가 놀자고 한다. 들어갈 땐 은이와 나올 땐 랑이와. 이런 손주복이 또 있을까. 안고 나와서 놀아주니 잘 논다. 은이랑 같이 있을 땐 은이 훼방(?) 놓을 때가 많아서 싫기도 했는데(딸의 말) 혼자 노니 편한가 보다. 제 엄마가 오는 소리가 나니 랑이 귀를 현관 쪽으로 돌린다. 은이 밥 때가 되어 자는 랑이 놓고 은이 먼저 먹였다. 은이 먹고 나니, 랑이 먹을 차례가 되었을 때 마침 랑이 깨어서 잠방에서 나온다. 아기들을 식탁 의자에 앉혀놓고 랑이 밥을 먹이는데 딸이 안방에서 통화를 하는 소리가 나니, 아기들이 모두 안방 쪽을 쳐다보고 있다. 엄마 목소리를 알고 그러는 것 같다. 가끔 딸이 까꿍을 해주면 좋아서 짝짜꿍을 하며 웃는다.

사촌 형아네서 귀여움을 한껏 보여주는 하둥이 남매
랑이 놀다가 포즈를 취한다. 아기들이 벌써 사진 찍는 것을 아는 것 같은데....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은 엄마다. 아기들이 더 잘 안다.

딸이 허리며 손목이며 아픈 것이 산후통이라고 한다. 침 잘 맞으면 나으려나. 딸이 여기 저기 아프다고 하니 걱정이다. 앞으로 아기들이 커갈수록 신경 쓸 일이 더 많아질 텐데... 침은 일주일에 두 번씩이라도 맞아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