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림을 찾아서

25 - 삼척 검봉산 휴양림

떨켜 2023. 11. 1. 12:49

휴양림은 임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검봉산 자락에 옹기종기 4개의 연립동과 야영지가 있는 소규모 휴양림이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남편이 산 위쪽으로 산책을 나갔다 들어왔다. 여기도 역시 산림보호 차원에서 등산로를 폐쇄하여 임도로 갈 수 없다고 했다. 휴양림은 거의 전기 판넬로 난방을 하는데 적정 온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늘 쓰는 것도 아니니 속성을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제 미천골에서는 너무 더워서 낮추면 금방 식어서 춥고 다시 올리고 하느라 신경이 쓰였었다. 오늘은 처음에는 높였다가 31도로 맞추어 놓았더니 딱 맞는다.  숲속의 밤은 고요하다. 여름보다 가을이라 그런지 아무 소리가 없다. 그저 밤으로 침잠하는 느낌이랄까, 이 세상에 어디서나 잘 자는 남자와 어디서고 잘 못 자는 여자 한 명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기본 잠 시간은 채웠다. 일어나보니 그 남자는 벌써 동네 한바퀴 하러 나가고 없다. 아침을 먹고 숙소 근처를 돌아보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였다. 우리가 갈 곳은 태백 바람의 언덕이다.그런데 비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쩌지. 위험해 보이는 데.. 남편은 한 번 고하면 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가보자. 일기예보를 보니 삼척은 비가 오고 태백은 괜찮다는데.. 누워서 폰을 그렇게 들여다보더니, 그때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우리 숙소 앞 풍경. 정자 옆 하늘 색 풀장이 있다.
정말 깨끗해 보이는 물길
핑크색 건물 1층에 묵었다
검봉산 자락
숙소 근처

그런데 삼척시와 태백시의 중간인 통리삼거리에서 안개에 갇혀버렸다. 단 한순간에 우리를 꼼짝 못하게 만든 안개 때문에 우리는 당황하여 마당이 있는 음식점으로 엉금엉금 들어갔다. 담배 한 대 필 동안 정신을 가다듬었는지 남편이 천천히 움직여 보자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지 그 산속 시골길에 선행 차량들의 불빛이 보인다. 조심조심 가고 있는데 50m쯤 갔나 갑자기 안개 낀 유리창이 없어지고 풍경이 눈앞에 쫙 펼쳐졌다. 이것도 적응 안 되는 일이었다. 180도 변한다는 것, 어떤 상황이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남편 해석으로는 우리는 구름 혹은 비안개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고 한다. 그것도 일리 있다. 보이는 산자락 골골마다 구름이 면사포처럼 살폿하게 내려 앉아 있었으니까.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바람의 언덕에 갈 마음이 사라졌다. 가다가 또 비구름에 갇힐 경우가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 무리하지 말자고요. 바람의 언덕 9km라는 이정표를 지나치며, 섭섭하지만 모험을 할 때가 아님을 생각한다. 조심하며 태백을 지나고 정선을 넘을 때 쯤 비가 멈추고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중앙고속국도부터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 하늘은 높고 구름은 하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