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둥이 이야기
20 - 나쁜 습관은 버리자
떨켜
2023. 11. 6. 17:56
11월 3일 금요일 흐림
9시에 도착하니, 아기들이 놀이방에서 거실로 진출해 있다. 딸이 가끔은 가드의 문을 열어준다고 했다. 아기들이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놀아보라는 뜻이란다. 아기들은 할머니를 보고 씩 웃는다. 그러나 오라고 손을 벌려도 쉽사리 오지는 않았다. 열흘 만이라서 약간 낯섦이 있나보다. 랑이를 안아서 놀이방에 내려놓고, 은이를 안고 들어왔다.
딸의 말이 은이 자꾸 랑이를 때리는 동작을 한다고 했다. 얼굴을 손으로 만지려고 하기도 하고 장난감을 들고 랑이 머리를 치는 동작을 한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이놈하면서 하지 못하게 한다는 데 딸도 걱정이라고 한다. 말귀를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알려주자고 했다. 나도 둥이가 가까이 있을 때는 은이 행동을 더 세심하게 보게 된다. 그래서 그 비슷한 동작을 하면 “이렇게 하면 안 돼. 랑이 아프잖아.” 이런 얘기를 하면서 떼어놓았다. 은이가 무엇을 알고 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제지를 하니, 은이 표정이 약간 새침해진 것 같다. 매일 은이 예쁘다고만 하던 할머니가 변했나 싶나보다. 나는 딸에게 내가 있을 때는 너는 은이를 안아주고 봐 주라고 했다. 평소에 랑이가 엄마한테 붙어있다시피 하니까 은이가 소외감을 느낀 것을 아닐까. 어떤 때는 랑이 잠투정을 해서 안고 있으면 은이 엄마 다리를 잡고 있다가 잠이 든 적도 있다고 하니, 마음이 짠해진다. 마음 같아선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는 게 또 아기에게 좋은 영향만 있지는 않을 것 같아 조심스럽다.
랑이는 도리도리를 잘 하고 은이는 만세를 잘 했다. 랑이는 돌려봐서 돌아가는 것은 아주 세심한 동작으로 잘 돌리고 그 놀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모형 비행기에서 노래가 나오자 은이가 춤추는 동작을 했다. 머리도 끄덕끄덕 돌렸다. 아주 흥겨운 모습이다. 랑이도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딸이 한의원에 갔을 때도 잘 놀았다. 두 아기에게 점심도 먹였다. 11월인데도 바깥 기온이 높아 아기 잠방이 덥다해서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놓고 아기들을 재웠다. 자는 동안 딸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일찌감치 퇴근하여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