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둥이 이야기

23 - 고맙습니다

떨켜 2023. 12. 1. 15:14

11월 27일 월요일 흐림 눈

하둥이가 가두리에서 나와 거실에서 놀고 있다가 나를 반겼다. 은이는 웃으며 할머니와 인사를 했는데, 컨디션이 안 좋다는 랑이는 웃지도 않고 주방 쪽으로 기어갔다. 랑이는 열이 난다고 했는데 딸 생각으로는 예방접종 효과로 생긴 발열 같다고 했다. 그래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자주 열을 재면서 관찰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랑이는 몸이 뜨끈했지만 잘 놀았고 밥도 다 먹었다. 갖고 간 찐 고구마를 아기들에게 주니 놀이 삼아 놀기도 하고 먹기도 한다. 딸이 이런 저런 성장 과정에 필요한 놀이에도 신경 써서 그런지 작은 실밥도 집어낼 정도로 아기들의 속근육이 발달한 것 같다. 밥 먹은 뒤에는 내가 아기들 재울 테니 딸은 퇴장하라고 했더니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기들 잠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한참을 놀았다. 그러더니 은이 엉덩이를 들고 엎드려 있더니 잠이 들었고, 랑이도 스스로를 토닥이더니 잠이 들었다. 에구구, 이렇게 착하고 순한 아기가 또 있을까. 나는 아기들이 고마워서 한참이나 자는 모습을 들여다 보았다.

볼풀장 안에서 색색의 공을 갖고 놀고 있는 은
창가 의자에 앉은 남매
자기주도 식사 중
초록공을 가장 많이 갖고 논다는 은
랑이 열패치를 붙이고 분유를 먹고 있다.
좀 나아져서 책을 열심히 보고 있는 하둥
랑이 컨디션 좋아졌네유
아유, 귀여워

오늘 발견한 새로운 행동은 은이는 고맙습니다를 할 줄 아는 것이고, 랑이는 스스로 토닥일 줄 아는 것이다. 은이는 무엇이든 달라고 하면 잘 주는데. 떡뻥만은 안 준다고 했다. 그런데 할머니가 달라고 하니 입에다 넣어준다. 자꾸 더 먹으라고 넣어준다. 그만큼 할머니를 좋아하는 것일까. 딸도 신기하다고 한다. 랑이가 열이 자꾸 높아지자 해열제를 먹였고, 병원엘 다녀왔다. 하둥이 예방 접종때문에라도 가야하고 열나는 것도 알아봐야 해서 같이 갔다. 랑이는 열 때문에 접종을 못하고 은이만 했다. 은이도 주사 바늘 들어갈 때 애앵하고는 울음을 금방 그쳤다. 딸 혼자 병원에 오는 것이 안쓰러웠던지 의사가 오늘은 할머니랑 같이 와서 좀 수월하겠다고 했다. 딸의 노고를 아는 아기엄마 의사라서 그런 말도 하는 것 같다. 집으로 와서 아기들 재우러 들어 갔는데 은이가 내 무릎에서 안 떨어지더니 허벅지를 베고 그대로 잠들었다. 나는 아기가 편하게 누이고 나왔다. 랑이는 열감이 있어서 그런지 더 예민해졌다. 내가 재우고 자는 것 같아서 나오려다가 다시 눈을 뜬 랑이에게 잡혀 몇 번이나 시도를 하였지만 결국 딸이 재우게 되었다. 날이 어두워지더니 눈발이 날린다. 은이가 창밖의 눈을 발견한 냥, 집중해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