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둥이 이야기

24 - 랑이 열나네 ㅠㅠ

떨켜 2023. 12. 10. 17:53

12월 8일 금요일 맑음

지난번 다녀온 후로 랑이 열이 내렸다고 했는데 오늘도 랑이 이마에 열패치가 붙어 있다. 열이 내린 며칠 동안 예방 접종을 해서 그런 모양이라고 한다. 몸이 뜨끈하고 좀 늘어진 느낌이다. 딸이 내가 오기 방금 전에 해열제를 먹였다고 했다. 30분쯤 지나니 랑이도 잘 놀아서 안심이 되었다. 딸은 병원엘 가야하나 계속 고민하다가 점심 먹고 본인도 감기 기운이 있다며 혼자서 병원엘 다녀왔다. 

자기주도 식사 중 브로컬리 잔재가 점으로 남아 있다
랑이는 이렇게 난리를 쳤어도 반은 스스로 먹었다나
열이 나도 잘 노는 랑이
으니 지금 마수리마수리 하는 겨?
엄마 품에 안겨 있는 랑이 얼마나 힘들까 마음이 아프다
은이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집중해 있다. 나르시즘의 끝판왕 ㅋㅋ

은이 밥을 잘 먹으니 딸이 우리 은이 최고라고 엄지 척을 하니까, 은이도 따라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는지 엄지가 잘 안 펴지고 검지에 걸려 있다가 툭하고 엄지 손가락이 펴지면서 엄지 척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어찌나 귀여운지 말이 안 나올 정도다. 지 아빠가 물을 마시며 카아를 했더니 몇 번이나 물 마시고 카아를 해서 웃기기도 했다. 이렇게 은이는 따라쟁이인데, 그래서 딸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은이는 볼풀에서도 초록공을 가지고 놀았다. 랑이는 책꽂이에서 책을 빼내서 한 장 한 장 펼쳐본다. 

랑이가 갖고 노는 것을 은이가 빼앗고, 또 은이 것을 랑이가 빼앗으면서 싸운다. 우리가 아무리 말로 타일러도 소용이 없지만 그래도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하니 은이의 표정이 새침해진다. 
떡뻥을 먹다가 은이 것을 랑이가 가져가니, 은이가 화를 내며 아주 큰 소리로 울었다. 거 봐. 너도 싫지? 그러니까 서로 욕심부리지 말고 같이 갖고 놀면 좋잖아, 결국 딸이 뻥 하나를 새로 주면서 은이에게 좀 더 큰 것을 주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되었다. 과자를 줄 때도 은이가 훨씬 의젓하다고 했다. 은이를 먼저 주면 랑이가 빼앗으려고 하지만 은이는 가만히 기다린다고 했다. 은이는 나무랄 것이 별로 없다. 항상 잘 웃고 웬만하면 울지도 않는다. 랑이는 몸이 아파서인지 잠텃도 심하다. 딸도 너무나 힘이 드는지 지쳐 보인다.  원래 자식은 엄마의 사랑과 희생으로 크는 것을 이제야 나는 알겠네.  이 나이가 되어야 아는 것을 .

아이들이 자는 것을 보고 집에 올 준비를 하는데 은이 웬일로 으앙하고 깬다. 딸이 은이를 토닥이는 것을 보고 몰래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