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문 앞에 랑이가 앉아 있다. 할머니 오는 소리를 듣고 여기까지 나온 거라고는 생각 안 하지만 그래도 기특하고 대견하다. 이렇게 너그러운 마음이 내 속에 있는 줄 몰랐다. 할머니 되고서도 어떤 때는 푼수 같을 때가 있는데 이렇게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할 때도 있다.
랑이는 약간 뒤뚱거리고 불안정하기는 해도 잘 걸었다. 긴 복도를 펭귄 한 마리가 걸어 다니는 것 같다. 걷고 나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전에는 소심해 보였는데 오늘은 다르다. 명랑하고 적극적이고 자주 웃었다. 곰돌이를 탈 때도 힘차게 발을 굴러 타는 모습에서 좀 더 큰 것이 보인다. 은이가 무엇을 빼앗아도 그저 뺏기고 금방 포기했었는데, 오늘은 다시 찾아오고 은이와 대결도 했다. 결국은 은이가 한 방 먹여서 랑이 잠시 울었지만 전에 비하면 랑이 선전했다. 밥도 잘 먹었다. 전에 하던 짓(무엇을 먹을 때 입속에 들어간 것을 끄집어내서 확인하던)이 많이 줄었다. 어른들 먹는 밥에 애호박 두부 고기 볶음 반찬을 잘 먹었다.
랑이 신경을 덜 쓰게 되니 그렇게 얌전하고 야무지게 밥 잘 먹던 은이가 반란이다. 몇 숟가락 잘 받아먹더니, 안 먹겠다고 고개를 도리질한다. 딸이 익힌 고기 조각을 주니 그것만 달라고 했다. 끝내 밥은 반밖에 안 먹고 식사가 끝났다. “은이가 사춘긴가봐.” 그랬더니 “영춘기라고 요즘 생겼대.” 그런다. 딸 말로는 은이 요즘에 엄마를 더 찾고 까탈을 부린다고 했다. 은이는 아직 혼자서는 16 발자국밖에 못 걸었고, 엄마 손 잡고 걷기를 원한다고 한다. 그러니 딸이 많이 힘들겠다.
은이가 곰돌이를 타고 있으려니, 랑이도 곰돌이를 탄다. 재미있게 타는 것 같더니만 랑이가 곰돌이 안장에 두 발을 올려놓고 탄다. 나는 놀라서 소리를 쳤는데, 다행히 녀석 손은 핸들을 꼭 잡고 있다. 그래도 안 돼. 그렇게 타면 위험해. 내가 그렇게 말한 것을 알아들었는지 랑이가 정자세로 돌아왔는데 금방 은이 발이 안장 위로 올라가 있다. 랑이랑 똑같이 엉덩이를 번쩍 들고 마상 놀이를 한다.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녀석들 내 자식들 키울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렇게 빨리 진화할 수가 있나. 할머니 간이 간당간당,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떨어지기 전에 퇴근할 거야.
은이 "까까" 소리를 했다. 지금은 이쁜짓 중으니가 보드 앞에 앉아 있을 때 두 팔로 균형을 잡고 비틀거리며 랑이 걸어오고 있다랑이 할머니가 조심해라고 하자 잠깐 하던 짓을 멈추고 할머니 이상해라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남매가 사이좋게 곰돌이를 타고 있다랑이 발이 모두 안장 위로 올라가 있다이번엔 은이가 마상 놀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