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둥이 이야기
35 - 조금 더 큰 하둥이
떨켜
2024. 3. 26. 17:25
3월 25일 월요일 비
딸이 치료 받고 병원에서 돌아오는 시각보다 먼저 도착해서 주차장에서 한 30분 기다렸다. 1층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올라가니 딸이 유모차를 끌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막 들어오려는 때에 랑이가 열이 난다는 전화를 받아서 급히 유모차를 갖고 내려오는 중이라고 했다. 어린이집에 가니 얼굴이 벌건 하둥이가 나왔다. 랑이는 열감으로 그렇고, 은이는 자다가 아직 덜 깬 얼굴이라 그렇다고 했다. 둘 다 데리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니 기침이 심한 랑이 폐렴기가 있다고 했다. 은이도 감기약을 처방 받았다. 병원에서 기다리는 동안 아기들이 걸어다니는 것 따라다녀야 해서 정신이 없다. 특히 랑이의 행동반경이 넓고 아무데나 막 들어가기 때문에 케어를 잘해야 했다. 은이는 그래도 얌전하다.
딸이 약 탈 동안 내가 유모차를 끌고 집으로 왔는데 비가 와서 우산까지 받치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한 150미터 걸어오는데 얼굴에서 땀이 흘렀다. 집에 와서 두 아기들을 유모차에서 꺼내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아기들이 체중도 늘고 키도 커져서 들기가 어려웠는데 내가 요령이 없는 탓도 컸다. 두 명을 집 안으로 모시고 와서 옷을 벗기고 손을 닦아 주고나자 힘이 쏙 빠졌다. 잠시 후에 딸이 들어왔다. 하둥이는 서로가 엄마를 차지하겠다고 안아달라고 칭얼댔다. 나하고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할머니는 안중에도 없나보다. 할머니한테 오렴해도 손짓으로 거부한다. 아마도 어린이집에 가느라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엄마를 보면 그동안 억눌렸던 욕구가 터지는 것 같다. 도수 치료를 받은 딸도 쉬어야 하는데 얼마나 힘들까 싶다.
나는 딸을 빨리 안방으로 들어가 쉬라고 밀어넣었다. 하둥이는 엄마가 안 보이자 오히려 더 잘 놀았다. 은이도 잘 걸었고, 동영상을 찍을 때 할아버지한테 인사하라고 하니 두 녀석이 꾸벅꾸벅 인사도 잘 했다. 한참 놀고 딸이 내가 가져온 새로운 과자들을 한 개씩 나눠주니 맛있게 잘 먹었다. 그동안 현미떡뻥을 20봉지 정도는 먹었을 것 같다. 오늘은 단호박 과자, 채소맛 과자, 달과자를 갖고 갔는데 모두 좋아했다. 딸기가 신선해서 한 팩 사갔는데 어찌나 잘 먹는지 눈깜빡할 사이에 세 개나 먹었다. 한참 후에는 브로콜리 데친 것을 잘 먹는다. 특히 은이가 씹지도 않고 자꾸 입에 넣는 것이 조금 걱정이 되었다. 정말 배가 고파서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지 알아봐야할 것 같다. 랑이는 전보다 말귀를 잘 알아들었다. 랑아, 저기 물병 은이 갖다줘봐 그랬더니 정말 은이에게 물병을 갖다 주는 게 아닌가. 그리고 위험한 짓할 때 안 돼. 위험해. 그렇게 말하면 조심하는 게 보였다. 저녁을 먹을 때 응가 냄새가 많이 나서 보니 쌌다. 랑이를 안아서 뉘였다. 랑이 응가했구나. 할머니가 기저귀 갈아줄게. 자 누워봐하니 다 치울 때까지 얌전히 누워 있었다. 엉덩이도 얼굴도 손발도 따뜻한 물로 씻어주니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