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중문 안쪽에 하둥이가 마중 나와 있다. 이제는 누가 오는 소리가 나면 조르르 달려와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할머니가 손을 씻는 사이에도 화장실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아프고 나서 다소 홀쭉해진 은이와 몸무게가 은이보다 300그램 추월한 랑이 모두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그런데 재채기를 하면 콧물이 왕창 쏟아져 흐르고 미열도 있는 것 같아 열을 재보면 괜찮았다. 한번 입원해 보니, 그게 얼마나 가족 모두 엄청 힘들고 지치는 일인가를 체험해봐서 딸은 조금만 감기 기운이 있으면 병원에 갈 모양이다. 근데 임시공휴일인 오늘 어린이 병원에 예약 환자가 넘 많아 예약이 안 되고 있다 한다.
그래도 몇 번이나 공략 끝에 예약이 되었다. 일교차가 큰 계절적 특성과 어린이집이라는 장소에 놓인다는 아기들의 환경 특성상 감기 전염은 예사가 되고 있다고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날씨는 포근해보여서 딸은 아기들 운동도 시킬 겸 걸어서 병원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나가자마자 바람이 거세다. 은이는 벌써 그것을 알아챘는지 안고 가라고 주문을 했는데 랑이는 바람은 아랑곳 안 하고 잘 걸어간다. 아주 씩씩하다. 아파트 밖으로 나오니 위험해서 안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엄청 무겁다. 할머니는 쌀 10키로도 무거워서 잘 못 드는데 손주는 거부할 수가 없다. 병원으로 들어가서도 호기심에 여기 저기 막 돌아다닌다. 집에서 딸이 열을 재느라 귀에 체온계를 꽂으면 제가 하겠다고 빼앗는 은이도 의사 앞에서는 얌전하다. 코를 빼내는 기구를 삽입해도 집에서처럼 거부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약만 처방 받고 돌아왔다.
봄바람을 가른다나는 걸어서 갈 거야.
랑이는 춤사위가 더 현란해졌다. 발은 고정하고 상체만 흔드는 데 손을 들어 검지만 세우고 어깨를 들을 듯 말듯 흔드는 춤은 정말 재밌다. 은이는 블럭으로 높은 탑을 세우고 그 꼭대기에 사람을 앉힌다. 아주 집중력을 갖고 조립하는 모습이 진지하다.
지난번 갖고 간 폴더폰 두 개가 하둥의 관심을 별로 못 받는 모양새로 여기 저기 널부러져 있다. 지금 쓰는 스마트폰처럼 화면이 나와야 재미있는데 칩을 빼버린 폰은 아기들에게도 아무 쓸모가 없는 죽은 장난감인가 보다. ㅋㅋㅋ 아기들도 스마트하다.
아기들이 간식으로 브로컬리를 잘 먹는다. 이렇게 잘 먹으면 가지고 간 할머니 마음이 뿌듯하다. 좋은 것 잘 먹고 무럭무럭 자라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