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켜
2024. 5. 25. 11:45
5월 7일 ~ 10일
5월 5일에 어버이날이라고 다녀간 이후 랑이가 계속 아팠나보다. 아침에 문자가 와 있다. 한달음에 달려갔다. 은이는 딸이 얼집에 데려다주었고, 아침에 해열제를 먹은 랑이는 잘 놀았다. 딸이 치료를 받으러 간 후 랑이를 재웠는데 깨서 열을 재보니 열이 너무 높았다. 난 겁이나서 찬물로 씻어주었다. 열이 내려가자 밥을 먹이고 병원에 데리고 갔다. 편도가 많이 부었다고 한다.
그래서 수액을 맞느라고 랑이를 데리고 있는데 수액 맞으러 들어오는 아기들이 금세 꽉 찼다. 병원 대기실에서 본 할머니도 손녀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아기 엄마가 없는 틈을 타서 푸념을 했다. "내 말은 들어먹지를 않아요. 맨날 인터넷하고 병원 말만 듣지 제 고집대로 하다가 이렇게 또 아기를 고생시키네요." 나는 생각했다. 요즘 우리 또래의 할머니들이 황혼 육아에 힘든 것은 물론 주양육자인 딸과의 갈등도 많을 것이라고, 이것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싶었다. 전에 딸의 아기들을 보살피고 있는 할머니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육아 방식이 다를 땐 딸과 어떻게 소통하느냐고.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말을 해봐야 듣지도 않고 서로의 기분만 상한다고 했다. 거의 비슷한 경우가 많을 것 같다. 흉 볼 일이 아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이런 상황에 닥쳐보면 이런 일이 다반사인 게, 사회구조와 세대 갈등이 빚어낸 또 하나의 현상인 것 같다. 랑이 더웠는지 깨서 울었다.
수액에 있는 해열제 때문인지 랑이 열은 내려갔다. 은이를 데리고 딸이 와서 의사를 만났는데, 입원하는 게 좋겠다고 했단다. 상황은 급변하여 다시 입원실로 올라갔다. 주사만 맞고 약 타서 집에 갈 것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 랑이 힘들어서 어찌하나, 또 딸은 얼마나 신경 쓰일까 나도 바짝 긴장이 되었다. 아기들이 입원복을 입고 수액 주사를 맞는 모습은 정말 보기 힘들다. 그래도 랑이는 무리한 동작은 하지 않고 잘 견디는 것 같다. 사위가 와서 교대하고 나와 딸이 은이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밤 8시가 넘어서 집으로 왔다. 딸도 나도 아무 것도 먹지 못한 하루였다.
다음 날, 다시 갔다. 랑이는 어제 해열제 투입 후 그 뒤로는 열이 안 나서 다행이다. 잘 놀았다. 그런데 얼굴이 부어 있다. 아기들이 수액을 맞으면 생기기도 하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래도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지 그래도 티는 내지 않았다. 그날 밤은 랑이와 같이 잤다. 9일까지 열은 정상이라서 퇴원했다. 집으로 데리고 오니 랑이 엄청 좋아했다. 아마 노래라도 부르는 것 같았다. 저녁에 우리 집에 와서 다음 날 랑이 회복하려면 좋은 단백질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한살림 소고기를 사 갖고 갔다. 은이도 랑이도 잘 먹어서 마음이 놓였다. 아기들 먹이다가 보면 딸도 걸린다. 얼마나 힘이 들고 피곤할까. 너도 먹어라. 먹고 조금이라도 힘을 내야지. 자식 키우는 일이 늘 불안하지. 다 그렇게 키운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