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일찌감치 하둥이 방학을 알려온 바 오늘이 다가왔다. 지난해 3월 어린이집에 등원하게 되어 동생반에 들어갔는데 봄방학이 끝나면 형님반으로 승급한단다. 1년 동안 얼집 다니느라 힘든 점도 많았다. 입학하자마자 연이은 둥이들의 입원이 있었다. 한달에 한 번씩은 감기로 입원하여 모두 고생하였다. 아기들이 단체 생활을 하게 되면 입원은 필수라고 한다나.
그런 과정을 지나오면서 아기들은 현장학습도 가고 어린이집에서 여러 가지 놀이도 하면서 잘 지냈다.
내가 현관에서 하둥아하고 부르자 중문 유리창 너머에서 나를 발견하고 춤을 추며 좋아했다. 이 세상에서 나를 이렇게 반겨줄 사람이 어디에 또 있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나를 하둥이에게로 끌어들이는 인력이 바로 이런 것인가 싶었다.
밖에 나가서 놀고 싶지만 공기도 안 좋고 날이 차다. 그래서 종일 집 안에서 놀았다. 아기들은 모든 것을 장난감으로 만든다. 딸이 옷 담는 정리 상자를 하나씩 내어놓자 하둥이 각자 집이 되었다. 거기에 앉아서 블럭도 하고 춤도 추었다. 처음 갖고 노는 거라 오래 놀았다. 은이 블럭을 조립하면서 같은 색으로만 모아서 만든다. 랑이는 아직 그럴 생각은 없는 듯하다. 랑이도 이제 긴 베개 같은 모양으로 조립했다. 그런데 랑이 조립하는 기술이 좀 다르다. 은이보다 쉽다.
랑이 블럭으로 만든 직사각형 모양옷 상자 안에서 무엇이 그리 재미있을까이쁘게 놀고 있다
놀다가 랑이 얼굴을 보니 갑자기 힘을 주는 게 응가를 하려는 듯 보였는지 딸이 랑이한테 응가하느냐고 물었다. 랑이가 그렇다고 하자 우리 화장실에 가서 응가해볼까? 하고 랑이를 데리고 갔다. 랑이는 아기 좌변기에 올라가 앉았지만 어색하고 긴장이 되는 지 응가를 성공하지 못하고 내려왔다. 처음은 다 그렇단다. 괜찮아. 차츰 연습하면 올 여름이면 기저귀를 뗄 수도 있을 겨.
하둥이 점심을 잘 먹고 놀다가 2시쯤 오수에 들어갔다. 세 시쯤 일어나면 한 시간 더 놀다가 퇴근하려고 기다렸는데 하둥이 일어나지를 않아서 4시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들어보니 일어나자 마자 랑이 할머니를 찾았고, 은이도 일어나서 하니를 찾고 울었다고 했다. 인사를 못하고 와서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