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서막
주초에 비가 내렸었다.
그후로 연일 흐린 날에 바람도 차고 쌀쌀하였다.
이 추운 날씨에 신정산 초입에 명자나무에 꽃봉오리가 맺혀 있는 걸 발견하였다.
"아이구머니나. 반가운 것"
앙상한 가지마다 울룩불룩 붉은 빛의 봉오리가 솟아 있는 명자나무를 보니 차라리 대견하였다.
춥다고 아직도 오리털 잠바를 못 벗고 있는 나보다 훨씬 생동감 있어 보였다.
나는 또 어느 나무가 나보다 부지런히 봄마중을 하고 있나 찾아보느라 누가 내 옆을 지나가도 몰랐는데
누가 어깨를 툭 치며 뭐하느냐고 묻는다. 아는 얼굴이다. 난 명자나무 찍은 사진을 보여 주며 가서 직접
보라고 알려 주었다.
지난주와는 또 다른 변화가 또 있다.
조팝나무다. 회초리처럼 가느다란 가지마다 푸릇푸릇한 새싹이 나와 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사진 찍는 나를
보고 뭘 찍나 보다가 새싹을 발견하고는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였다.
진달래가 많은 비탈까지 가보았다.
역시 진달래도 봉오리가 많이 부풀었다.
자연의 순리가 사람들 마음속에 작은 기지개라도 켤 수 있도록 여유를 만들어주었으면 싶다.
어제는 3월 12일 날씨가 여전히 차다. 내가 산에 갈 때 지나가는 단지 1층 꽃밭에 매화 두 그루가 있는 집이 있다. 쥐똥나무 울타리에 붙어서 고개를 올리고 매화를 살펴보니 매화꽃이 여나믄 게 피어 있다.
명자나무보다 더 먼저 봄볕을 듬뿍 받아들인 게 매화였다.
화단이 길보다 높고 멀어서 사진을 찍지는 못하였다.
나는 매화를 보며 저 남녘의 만개한 매화를 상상하였다.
섬진강가 하얗게 흩날리는 봄의 향연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