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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배추 모종과 늦둥이오이2007 농사일기 2008. 10. 2. 18:24
너무 더웠다.
늦더위에 꼼짝 못하고 있다가 나가 땅을 파고 왔더니 땀에 푹 절은 몸이 오히려 상쾌하다.
봄에 할 때보다 잘 한 것 같다.
힘도 덜 드는 것 같다.
체력을 썼더니 더 좋아진 것 같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하고 나니 바보 같다.
‘바보, 바보........
올해는 나 혼자 독립적으로 지어보겠다고는 했지만........
그 말은 안했어도 좋았을 걸. 체력 얘기.......’
배추 모종은 농장 하우스에서 쉽게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비가 한 두 방울 씩 떨어지더니
많이 쏟아진다. 어쩌나? 심고 가야해? 그냥 담에 할까?
한 3,40분 망설이다가 우산 들고 모판, 신문지에 호미 들고
밭으로 들어섰다. 다행히 장대비는 아니라 맞아가며 심었다.
신문을 깔고 심으면 보습도 되고 나중에 종이가 썩어 거름이 된다고 한다.
가을 상추도 맛 좋다길래 일곱 포기 심었다.
다 심고 나니 어둑어둑 땅거미가 골짜기를 다 덮었다. 처서가 지나니 벌써 해가 짧아진 탓이리라.
오이가 한창 일 때는 열지도 않더니 노란 오이꽃과 가녀린 덩굴손 차마 걷어내지 못하고 막대기를 세워 붙잡아줬더니
이제사 번듯한 오이 세 개가 보란 듯이 달려있다. 아래 줄기는 이미 늙어 줄거리만 앙상한데 꼭대기에는 아직 봉오리를 매단 아기 오이가
서리가 올 때까지 기다리리라.
자연이 오이의 생명을 걷어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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