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말부터는 날도 무덥고 비가 자주 와서 밭작물이 크기 어려운 날씨다. 이때부터는 휴경을 해서 땅도 쉬게 해주어야한다. 한 나무에 한 개씩 달린 옥수수를 따고 옥수숫대를 뽑아내니, 밭이 한결 편안해 보인다. 늘어진 잎사귀와 옥수수를 좋아하는 날벌레들이 지저분하게 보였었나보다. 먼저 심은 옥수수 다 뽑았는데 평창 옥수수는 한창 자라고 있어 놔두었다. 그 모습이 청소년같이 싱싱하다. 대견하다. 가슴 한켠이 뭉클하다. 꼭 옥수수가 아닌 다른 것을 보는 것 같다.
고추는 아직 잘 열리고 있다. 어쩌다 붉게 물들어 고운 빛을 자랑하는 고추도 보인다. ‘이 고추들을 어이 할까? 김장 심을 준비를 하려면 뽑아야 하는데......’ 총각무는 배추보다 20일 정도 늦게 심어도 된다고 한다. 그때까지는 예쁜 고추들을 더 볼 수 있겠다.
깻잎은 향이 정말 좋다. 그냥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한 장 한 장 딸 때는 내 손에 향기가 묻어나는 것 같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대파 씨는 얼마나 작은지 참깨보다 더 작은 데 새카맣다. 그걸 뿌려 놓으면 싹이 나기 전에 땅에 실금이 그려지고 싹은 검은 베레모를 쓰고 등으로 흙을 헤집고 나오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 모습을 보려고 심는다. 재밌다. 잘 자라줘서 갈 때마다 몇 포기씩 뽑아먹었다.
상추도 꽁이 서고 잎도 점점 작아진다. 끝을 잘라 겉절이 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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