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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바리데기
    읽고 보고 그리고..... 2009. 1. 17. 16:26

     

     

                                                                             황석영 저                창비사

    읽는 내내 아프고 부담스러운 소설이었다.

    다만 다큐멘터리같이 가슴으로 느껴지는 건 아마도 우리와 너무도 가까운 데서 너무도 상반된

    삶이 거기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차마 외면하고 싶기도 한 바리와 그의 가족들이 겪었던 참상은 익히 뉴스에서 봐왔던 그곳의 실상이었고

    탈북자 문제가 보도될 때마다 남의 일처럼 한번 눈길을 주고 말았던 그다지 피부에 와닿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바리데기를 읽으며 바늘로 콕콕 찌르는 아픔을 느끼는 것은 작가의 특별한 이력과 그가 실제로

    보고 느꼈던 사실감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서일 거다.

     

    버린 아기, 바리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북한을 떠나게 된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고향을 등져야했던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그녀는

    "굶주린 사람들을 외면하고 떠난 죄"에 대해 얘기한다.

    그게 왜 죄란 말인가? 바리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바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는 일뿐이었지 않았는가?

    아니, 그것은 잘 먹고 잘사는 법에만 몰두해있는 우리에게 그 어떤 비난보다도 통렬하다.

    누구에게 피해 안 주고 도움도 받기 싫은 극단의 개인주의와 가난함조차 능력 없음으로

    치부해버리는 물질만능의 자본주의가 팽배한 "죄가 없는"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나는 나중에 다른 세상으로 가서 수많은 도시들과 찬란한 불빛들과 넘쳐나는 사람들의 활기를 보면서

    이들 모두가 우리를 버렸고 모른 척했다는 섭섭하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라는 말에서

    또한번 세계가 갖고 있는 약자에 대한 인식을 생각하게 한다.

     

    바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영매다.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들고 시공을 초월하여 볼 줄 안다.

    "우리가 약하고 가진 것도 없지만 저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압둘할아버지의

    말씀처럼 귀신들을 위로하고 가진 것을 나누는 장면은 바리가 모든 사물을 대하는 마음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된다.

     

    바리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지만 단 한마디의 원망이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건 시간을 기다리고 견디는 일"이라고 얘기하는 바리의 말은

    심난하기만 했던 내 마음에 위로가 된다. 그래, 시간은 치유의 능력을 주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부여되는 건 시간일 거야.

     

    "희망을 버리면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다름없다."

    바리는 어떤 희망을 갖고 살아갈까? 살아남은 가족과 만나는 희망, 역시 힘없는 무슬림인 알리와

    오붓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 모든 수난과 역경을 견디어내고 생명수를 찾는 바리데기의 설화처럼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

    버림받고도 끝끝내 살아내는 바리데기가 사면초가에 몰린 또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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