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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조선의 시지프스들읽고 보고 그리고..... 2008. 11. 21. 19:48
----부조리와 모순에 당당히 맞서 싸워 이긴 승리자들의 역사
이은식 청목산
마치 어린 시절 운동장에 서서 흑백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영화보기도 쉽지 않던 시절 어쩌다 영화가 들어오면 (꼭 밤에만 상영할 수 있는)
손꼽아 기다리다가 보게 되어서인지 얼마나 재미있던지.
내가 주인공이 되어 생사를 넘나들던 그런 맛이었다.
노비가 정승이 된다던지 아이의 안전을 위해 하녀의 아이와 바꿔치기 하는 장면이라든지
극적인 요소가 많아서였나보다.
그런데 영화로 볼 때는 지어낸 얘기니까 그렇지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 살아날 수가 있지
라고 했던 게 조선의 시지프스들의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이야기라니 더더욱 흥미 있어졌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차별없는 세상이 없었던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사람이 모인 어디에나
계급이 있었고, 그것을 깨고 출세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또한 영웅담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겠다.
그들의 공통점은 자아실현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라는 바탕 위에 결과물로 나타난 것이
신분 상승이었다. 그들은 삶을 끌어 올렸으며 진취적 사고를 향상시켰다.
세상의 부조리와 모순에 당당히 맞서 싸워 이긴 승리 주역들의 삶 속에서 우리가 지금 당
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의 해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이야기 속에 백촌 김문기에 대한 잘못된 역사 바로 잡기 부분은 작가가 가장 아쉬워
하며 목소리를 높인 대목이다. 사육신에 꼭 포함되어야 할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빠져 있음을 한스러워 하며 역사에 대한 바른 평가를 호소할 때는 비록 영혼이라도
위로받을 것 같아 숙연해졌다. 역사적 고증과 올바른 평가를 통해 그 분의 명예가 원상복구되
기를 함께 기원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손곡 이달은 비록 벼슬을 통해 입지를 세운 경우는 아니지만 시를 통해 세상을 풀어
냈다는 점에서 조금은 다른 시각을 제공해주었다. 이달은 난설헌 일대기를 통해 시인으로서의
명성을 알았는데 방랑 시인 정도로 알고 있었지 이런 아픔이 있는 줄을 몰랐었다.
이렇듯 덥거나 춥거나 아랑곳없이 산천 방방곡곡을 누비며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던 선인들의 비화를 찾아낸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으며
모든 행위가 물질과 귀결되는 이 시대에 고통스러운 작업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의
행보에 늘 영령들이 함께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조건에 있든지 누구나 아픔은 있고 그 고통 속에서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삶을 헤쳐나가느
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성은 달라진다고 할 수 있겠다.
과연 영원한 천형의 죄수로 살아갈 수도 있었던 시지프스들의 삶에 대한 진정성과 치열한
노력은 힘듦에 쉽게 지쳐버리는 현대인들이 본받아 마땅한 일이다.
200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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