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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끝자락 휴가였다.
아무리 놀러가는 길이지만 다섯 시 반 달콤한 잠을 떨치기에는 유혹이 너무 강하다.
알람을 울려대는 폰을 집어던지고 싶지만 남편과 약속했기에 부스스 일어나
달리다 보니,
어느덧 금강 휴게소다.
초록 강물과 안개에 젖어있는 산이 있는 금강휴게소에서 아침에 삶은 달걀과 커피맛을 즐긴다.
몇 개 삶은 감자까지 성찬이다.
흐릿하던 날씨가 추풍령을 지나며 맑아졌다. 한가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김천을 지나 창녕 우포늪지에 도착하였다.
우포늪 전망대에서 늪을 바라보니 넓다. 반대편 쪽으로 가면 좋은 풍경이 많을 것 같았는데
날씨가 정말 덥고 멀다. 사진 많이 찍었는데 어라 카메라가 이상타. 거의 동영상으로 찍혔다.
아이들이랑 오면 좋은 자연 학습장이 될 것 같다.
다시 달려 아귀찜을 먹으려고 마산에 도착하였으나 아귀찜 잘하는 집을 찾다가 그냥 외곽으로
나왔다. 거제 가는 길목에서 장어구이를 먹었다. 거제 가는 길 가로수가 이채롭다. 소나무다.
아니 소나무가 고생하는 것 같다. 별로 어울리지도 않았다. 특이한 발상이다.
통영은 아름다운 항구가 많았다. 바닷물도 깨끗하다. 미륵도를 돌다가 보니 박경리 선생 묘소가
있다. 성호 긋고 잠시 묵념을 하였다. 선생 싸인으로 비석을 세운게 인상적이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좋다. 그래 못버려서 짊어지고 가려는 어리석음이 없구나.
한세상 왔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가신 님의 글이 좋다.
통영을 나와 삼천포에서 일박하기로 하였다. 늑도라고 창선교옆에 있는 섬이다.
아침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남해에 닿으니 죽방렴이라는 전통적 방식으로 멸치잡는 구조물이 보인다.
그 멸치 조림에 밥을 먹었다.
보리암에 오르니 저절로 참선이 될 것 같다. 맘 속에 번뇌가 다 사라지는 느낌이다.
이런 곳에 어찌 절을 지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불가사의다. 이런 산속 높은 곳에 어떻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를 가서 보아도 아름다운 다도해다. 멀리 상주해수욕장이 펼쳐져있다.
남해대교를 지나 하동, 광양을 지나 순천에 다다랐다. 순천만 가는 길에 어찌하다 낙안읍성을 먼저 들렀다.
와! 나의 이상향이 여기 있었네. 초가집과 앞마당과 싸립문과 순박한 삶. 베짜는 노인은
가르쳐줄테니 내려오란다. 아직 제자가 없단다. 밥먹고 살기 힘들어 아무도 베를 짜려고
하지 않는단다. 내가 와서 배울까 하자 남편은 피식 웃는다. 그냥 만들어 관광하는 동네가
아니고 사람들의 생태적 삶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낙안읍성. 한바퀴 돌고 순천만을 향했다.
순천만 역시 크다. 그러나 체력이 달려서 전망대까지 가긴 무리다싶어 갈대밭을 한 바퀴 돌았다.
맘 같아선 전망대에서 에스자로 휘어지는 물길을 보고 싶었는데.......
화포라는 작은 어촌이 일출 명소라길래 들렀더니 숙박시설이 없다.
여기에 모텔지으면 하는 실없는 소리를 하며 벌교를 지나 송광사로 향한다.
순천하면 잊을 수 없는 게 또 하나 있다. 길가에 가로수 배롱나무이다. 나무 백일홍인 이 꽃은
꽤 오래가는 편이라서 정원수로도 각광받는 나무이다. 길이 온통 새빨갛다.
벌교에서 송광사 가는 길에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가 또 장관이다.송광사에 닿으니 어느새 어두워졌다. 다음 날 아침, 산사의 아침을 보려 7시에 송광사에 올랐다.
스님들이 비질을 하였는지 길이 깨끗하다.
송광사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아담하고 정다웠다. 젊은 스님들이 정원의 풀을 뽑고 있다.
내가 저 풀을 뽑는 것은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것이지 라고 하자 남편은 그러셔하고 비웃는다.
내가 해봐서 압니다. 풀을 뽑으면 내 맘에 근심 걱정도 사라진답니다. 그러나 잡초가 또 자라듯
내 맘의 잡초도 아주 소멸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상경 길에 서천 홍원항에 들렀다. 역시 작고 아름다운 항구다. 전어철이라 회와 구이를 먹고
꽃게를 많이 샀다. 춘장대 해수욕장에서 한가롭게 거닐기도 하고 부사방조제에서 낚시를
하였다.
서울로 돌아왔다. 피곤과 함께 추억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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