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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볶음 --- 동생 폴레를 위하여사노라면 2010. 10. 20. 18:25
몇 주전에 어머니 댁에 갔을 때 바쁜 올케를 대신하여 저녁을 지은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사 가지고 갔던 꽃게가 어찌나 왕성히 움직이던지 손을 물려가며 꽃게탕을 끓였고 애호박과 늙은 호박사이의 중호박이 있길래 호박볶음을 하였다. 그런데 동생이 호박볶음을 어찌나 잘 먹던지 올케주려고 남겨놓았던 것까지 한순간에 다 먹었다.
"꽃게가 울겠네, 탕 좀 먹지." 하였더니
"음, 이 맛이야. 내가 원하던 호박볶음. 정말 맛있네." 그런다.
그러더니 아까 전화가 와서 호박볶음을 직접 하겠다고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였다. 누가 와서 해도 그 맛이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말로 알려주었지만 그래도 다시한 번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 동생을 위하여.
요즘 호박은 모두 맛있다. 찬바람이 불어서 속이 단단하고 씨도 별로 없는게 단 맛이 강하다.
마침 청아산장에서 얻어온 그야말로 자연산 동그란 호박하나 변신 준비
호박은 큼직하게 깍두기로 썰어놓고 청 홍 고추와 양파 그리고 들기름을 넉넉히 준비한다.
간은 새우젓이 필수다. 새우젓국물로 해도 좋고 새우를 칼로 몇 번 다져서 넣으면 좋다.
호박볶을 냄비는 바닥이 두툼해야 좋다. (폴레야, 니네 주방에 무겁고 두꺼운 스텐 냄비 있어. 손잡이 긴 것
그것을 쓰렴. 뚜껑은 적당히 다른 냄비것을 써도 무방하단다.)
호박넣은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썰어놓은 양념을 함께 넣는다. 물은 넣지 않고 뚜껑을 덮는다.
불은 최대한으로 약하게 한다.
이십분 정도 후에 뚜껑을 열어보면 국물이 생겼다. 들기름과 새우젓 그리고 열에 의해서 호박 자체에서 나온 물이다. 나무 주걱으로 살며시 저어주면 골고루 익는다. 이때 마늘 다진 것과 고춧가루를 조금 넣으면 좀 더 맛있어 보일게다.
이 삼분 후에 불을 끄고 뜸을 들인 후 먹으면 호박볶음 변신 성공!!!!!
호박의 달달한 맛과 들기름의 고소한 맛 새우젓 간이 삼삼한
과연 네가 원하던 맛일까?
전에 먹을 때의 그맛을 찾으려면 아마도 그 상황이 같아야하지는 않을지
(무지 배고팠던 것 같았어. 그 때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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