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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장가계 여행
    사노라면 2018. 6. 1. 12:00

    장사시는 인천 공항에서 세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중국 호남성 동쪽에 위치한 3000년의 역사를 지닌 상업도시라고 한다. 장사시가 더 유명해진 것은 모택동 혁명 때문이라고 한다. 기후는 아열대라서 습하기 때문에 공기가 미세먼지처럼 뿌옇게 보인다.

    공항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오르기 전부터 한국 아줌마들의 기싸움이 벌어진다. 좋은 좌석을 차지하려고 하는 눈치 싸움이다. 차에 오르니 벌써 던져진 가방들이 욕심스럽다. 그것을 잘 아는 가이드가 좌석도 서로 양보하며 지내야 45일 동안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질을 하였지만 결국은 처음 앉은 자리가 붙박이가 되어 내내 같은 위치로 타고 다녔다.

     

    장사 시내로 들어가면서 보니 아파트 숲이다. 오래된 건물과 신축하고 있는 현장까지 뒤섞여 현재의 중국 상황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혼재하고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나 첫 인상은 활발하지 않고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가 주는 가라앉아 있는, 아직도 장막에 덮여있어 한 꺼풀 벗겨내야만 알 것 같은 미묘함이 있었다. 더군다나 아파트 테라스나 창문을 덮고 있는 방범창살은 치안의 부재를 알려주는 듯 을씨년스럽고 불쾌하다. 왜 이렇게 창살로 모든 창문을 막아버렸냐고 물으니 서민 아파트는 경비가 없기 때문에 도둑들이 창문으로 쉽게 들어와서 다 훔쳐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이드도 고향에 갔다 온 동안 이불까지 홀랑 잃어버렸던 적이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부자들이 사는 새 아파트는 경비원이 있어서 창살이 없단다. 질서가 없기는 도로 위에서도 마찬가지란다. 신호등도 없고 있어도 잘 지키지도 않는 무법지대였다. 그러면서도 큰 사고 없이 잘 돌아간다니 신기할 정도이다. 먼저 들이대고 빵빵거리고 사람이 우선인 우리나라에 비해 차가 우선이라니 인해전술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다.

    점심은 현지식으로 거의 모든 식재료를 기름에 볶거나 쪄서 무친 것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부로컬리와 가지 볶음을 많이 먹었다. 가지 색깔이 죽지 않고 살아있어 예뻤다. 맛도 그럭저럭 넘길만 했다.

     

    식사가 끝나고 여정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장가계시까지는 5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려야 한다. 내가 처음 여행계획을 짤 때 장사에서 장가계까지 비행기로 가는 방법도 있으니 고려하자고 하였는데 이, 삼십 만원 비싸다고 언니가 싫다는 바람에 버스를 이용하는 패키지를 선택한 거였다. 나는 내심 다섯 시간 동안 지나게 되는 중국 마을 풍경을 실컷 볼 수도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동의를 한 것이었는데 아뿔싸, 정말 그 긴 시간 동안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풍경은 한 컷도 없었다. 산은 야산이 많았는데 잡목과 수풀로 얼크러져 있어서 절대자연 원시상태로 눈길이 가질 않았다. 거기에 비하면 홋가이도의 자작나무 숲이 얼마나 근사한지 저절로 비교가 되었다. 마을은 띄엄띄엄 촌락을 이루고 있는데 집들은 거의 일자주택으로 이, 삼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기후가 습하고 덥기 때문에 파충류들이 사람이 사는 집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1층에서는 돼지를 키우고 이 층이나 삼 층에서 사람이 산다고 한다. 돼지를 키우면 돼지들이 뱀 등을 잡아먹기 때문에 뱀이 들어오질 않는단다. 나는 일자집을 보면서 도면이 하나 밖에 없어서 모두 같은 형태로 지었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좀 더 중국다운 것은 없나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찾아보았지만 장가계에 다 와 갈 동안 단 한 채도 영화에서 보던 중국집다운 집을 볼 수가 없었다.

     

    드디어 장가계에 도착했다. 장가계는 중국 최초로 국가삼림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무릉원이 국가 중요 자연풍경구로 지정되었고, 천자산 풍경구와 더불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곳이란다.

    무릉원에 도착하니 저녁 때이다. 삼겹살 무한리필 특식이란다. 원래 많이 먹지도 않는데 반찬이 김치와 무생채, 상추뿐이니 어쩔 수 없이 있는 것으로 배를 채워야 했다. 이미 도착한 여행객들, 우리 팀, 다른 여행사에서 온 팀 등이 모두 한국 사람이라 여기저기 한국말이 들리니 중국인지 한국인지 모르겠다. 한국 사람들이 장가계를 점령했다기보다 먹여 살린다고 해야 할지 한국 돈이 통용되는 곳이 중국 유일 장가계라니 한국여행객이 얼마나 많이 오는 데인지 알 것이다.

    크라운 플라자 호텔에 짐을 풀고 목욕을 하고 나니 오늘 아침 네 시에 일어나 여기까지 달려온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온 몸이 덜덜거리고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몸살 약을 먹고서야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5시 반에 콜을 예약하였지만 울리지를 않아 한 시간이나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서둘러 호텔식당에서 아침을 때우고 차에 타니 720분에 겨우 늦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단체 여행을 오면 시간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 이런 긴장감을 가져야 민폐를 안 끼칠 수 있다. 큐슈 자유 여행이 새삼 그립고 그 자유로움이 여행을 멋지게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황룡동굴은 첫 번째 여행 코스이다

    황룡동은 종유석 동굴로 중국내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크기와 길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동굴이 있는 산에 오른 어떤 이가 구멍에 빠진 것이 동굴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공갈빵처럼 텅 빈 공간에는 호수도 있어서 배를 타는 유람도 있다. 종유석은 천정에서 거꾸로 자라는 것도 있고 밑에서 위로 커가는 것도 있었다. 우연하게도 위에서 자란 돌과 위에서 내려오는 돌이 같이 위치에 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천만 년의 러브스토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돌은 일 년에 겨우 0.1밀리미터 정도 자란다하니 길고 가느른 돌이 지닌 생명의 깊이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자란다'라는 가이드의 표현에 이의를 걸어 내가 "자라는 것이면 생물이라는 것인데 정말 생물인가요?"하고 묻자 돌이니 생물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했지만 크고 있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게 아닐까 쓸데없는 호기심을 부려보았다. 우리나라 동굴과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동굴의 크기는 확실히 비교가 되었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조명으로 자연미가 감소되기도 하였다. 한 바퀴 돌아 나오니 비는 부슬부슬 여전히 내리고 있다. 보봉호수는 볼 때는 그저 그렇게 보였는데 나중에 찍은 사진으로 보니 아름다웠다. 원주민 토가족이 노래를 부르며 선상 공연을 하고 있다.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었다. 미니 열차를 타고 올라 간 십리화랑은 십리에 걸친 풍경이 화랑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세 자매봉과 노인봉 등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산봉우리를 구경하였다. 다시 열차를 타고 내려와 케이블카를 타고 원가계 정상으로 올랐는데 우리 눈 앞은 온통 구름밭뿐이다. 천상은 이런 곳인가. 가진 것도 잘난 것도 뽐내고 자랑할 것도 없는 세계, 지상에서 끌고 온 욕망을 한 순간에 무화시키는 안개와 비, 초라한 육신을 손바닥만한 우산 그늘에 맡기고 옮기는 발걸음이 무겁다. 영화 아바타를 찍은 현장이라는 안내판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야단법석이다. 실물은 구름에 가려 보지 못하고 허상만 찍어가는 것 같은 모습이 아이러니다. 그곳을 비켜나 한참을 걸으니 미혼대가 나왔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이 나갈 정도라는 그 곳은 구름 샤워가운을 입은 듯 보일락말락한 직벽이다. 바람이 슬쩍 지나가면서 눈요기를 시켜준다. 원가계를 제대로 보아야 이 곳에 온 보람이 있을 텐데,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발걸음은 무겁고, 트레킹이 참 힘들었지만 신록이 좋아서 점수를 깎지 않기로 하였다. 원가계에서 내려와서는 금편계곡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3일 째, 천문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는 총 길이가 7키로가 넘는다고 한다. 민간인 지붕위로 지나가며 내려가고 올라가는 여정을 반복한 다음 급격한 경사를 타고 올라가면 천문산에 도달한다. 케이블카에서 아래를 보니 천문산도로가 구불구불 긴 뱀이 기어가는 모양으로 하얗게 그려져 있다.

     

     

    도로도 케이블카도 뭔가 중국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문산은 깎아지른 직벽으로 이루어진 산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절벽에 툇마루 같은 길을 낸 잔도 코스가 있다. 유리잔도와 귀곡잔도를 걸으며 조금은 무섭기도 하고 인간이 자연과 벗하는 지혜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천 길 낭떠러지를 걷는 기분도 잠시, 적응이 되면서 무서움도 사라졌다. 걷는 중간중간에 구름은 저 멀리 떨어진 절벽산을 보여줬다 가렸다 하면서 우리의 시선을 빼앗기지 않으려 장난을 치고 있다. 보여주는 만큼만 보고 구름밭만 보여주면 구름밭만 보며 와! ! 가끔은 탄성을 섞어가며 그런대로 감상을 하며 걷는다.

    군데군데 광장이 있는데 우리나라 가요를 부르며 공연을 하는 원주민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씩 통에 넣어주었다. 천문사 역시 대단한 규모의 절이었다. 그러나 보수하는데 어려움이 있는지 단청이 너덜너덜하고 쇠락한 느낌을 주었다. 한참을 걸어오니 천문동이라고 하는 커다란 동공이 나왔다. 구멍의 크기가 비행기가 통과할 정도로 크다고 한다. 그 곳에서 일곱 개의 에스컬레이터를 갈아타고 동공 아래로 내려왔다. 올라올 때 보았던 아흔아홉 구비 천문산길을 내려가야 할 때가 왔다.

     

    우리나라 마을버스보다 작은 낡은 버스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처럼 에스자 코스를 마구마구 달린다. 우리는 금방 낭떠러지 절벽 아래로 구를 것 같은 조마조마한 마음에 소리를 질러대지만 운전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친 운전 솜씨를 뽐내고 있다. 내려오니 다리가 아프다. 아휴, 중국이란 사람을 짐짝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야? 우리나라 같으면 딱지 열 두번도 더 떼었겠다.

    장가계 시내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고 다시 천문산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천문호선이라는 뮤지컬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을 빨리 보고 호텔로 돌아가 쉬고 싶은데 무슨 미술품 경매를 한다고 알지도 못하는 중국말로 마이크를 들고 떠들고 있다. 한참이나 쏼라거리더니 다 팔렸다는 제스처로 인사를 하고 사라지자 연극이 시작되었다. 스토리는 우리나라 나무꾼과 선녀랑 비슷한데 세트와 무대 장치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았다. 조명도 화려하고 오른쪽 무대가 갑자기 폭포와 계곡으로 변하기도 하였다. 어느 정도까지는 보다가 나도 모르게 졸다보니 호선과 나무꾼이 천상이동하는 끝 장면이 나왔다. 호텔로 오니 11. , 피곤피곤.

     

    4일 째, 대협곡과 유리대교가 남았다.

     

    유리대교는 순전히 사진을 찍기 위한 장치 같았다. 엎드려 찍고, 누워 찍고 하다 보니 대교를 넘어갔다. 계속되는 계곡을 향한 계단 걷기가 시작되었다. 전에는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는 곳도 있었다는데 지금은 엘리베이터가 있다. 대협곡 골짜기 트레킹에 와서야 뭔가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골짜기에서 위에 걸쳐 있는 유리대교를 쳐다보니 사람들이 거미줄에 걸린 곤충들처럼 보였다. 사진을 찍느라 파닥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다. ㅋㅋㅋ 우리도 곤충에서 금방 환생한 인간이야. 양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사이에 두고 시냇물이 흐르는 길을 여유롭게 걸어가는 기분은 내가 젤 좋아하는 것이다. 혼자 바위틈에 돋아난 이름 모를 식물들 사진 찍으며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

    점심을 먹고 다시 장사시로 향하는 시간 모두 잠에 취해 정신이 없다. 한참 자다보니 다 왔나 싶었는데 반 밖에 안 왔다. 그래도 밀리는 데가 없어 장사시에 도착하니 저녁 때 늦지는 않았다.

    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로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노점이랑 시장이 보인다. 저런 걸 구경해야 사람 사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을 텐데하며 숙소와는 너무 먼 것 같아서 그냥 지나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중국여행에서 나의 체력에 감사한 것은 잘 자고, 잘 먹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밤도 잘 자고 일찍 일어나서 호텔 주변 구경에 나섰다. 월드호텔이 있는 곳은 도시 전체가 깨끗한 편이었다. 아파트와 공원, 등교하는 아이들, 아침거리를 사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도로가에 세워 놓은 트럭을 발견하였다. 수박을 가득 실은 차는 농촌의 아침을 그대로 옮겨 온 듯 신선한 기운이 가득하다. 수박을 저울에 달아서 파는지 커다란 저울을 길바닥에 내려놓던 수박장수는 우리를 보더니 수박을 갈라 한 쪽 씩 준다. 달고 맛있다. 수박 맛으로 더 상큼해진 거리를 구경하다가 호텔로 들어왔다.

    장사 공항에서 인천 공항으로 돌아오며 가는 길에 다 못 본 영화를 보았다. “흐르는 강물처럼이라고 젊은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 영화다. 피트가 정말 멋져 보였다. 맛있는 기내식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노라니 도착 멘트가 나온다.

     

    공항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는 동안 길가 펜스에 끝도 없이 피어있는 장미꽃을 보며 중국에는 왜 꽃이 없을까,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중국은 산도 들도 크고 넓기는 하지만 우리나라가 더 아름답고 좋은 느낌을 갖는다. 그걸 확인하러 또 나가게 될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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