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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 - 군산 신시도 휴양림
    휴양림을 찾아서 2022. 11. 19. 18:12

    고군산군도에 있는 신시도 휴양림은 아마도 전국 제일의 예약률을 자랑하는 곳일 게다. 몇 번이나 시도하다가 드디어 이번 예약에 성공했다. 우리 가족은 살고 있는 집에서 수리를 하느라 많이 지쳐 있었고, 마침 남편의 휴가도 남아 있어서 집을 떠나야 쉴 수 있다고 생각하여 군산행을 하였다. 신경 쓸 일이 많아 제때 반납 못한 도서관 대출을 정리하고 서해안 고속도로 위를 날아간다. 날씨는 무척 좋다. 평일이라서인지 도로 사정도 원만하여 남편은 오랜만의 장거리 운전을 하는 맛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과속을 좋아하는 그의 습관을 아는 지라 정중하게 부탁을 하였다. 나를 vip로 생각하여, 과속 알림이 나오지 않게 규정 속도 준수할 것, 안전 거리 충분히 확보할 것, 브레이크를 서서히 밟아 쏠리지 않게 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알았다고는 하였지만 내가 신경을 안 쓰면 속도를 올리기도 하여 나의 빈축을 샀다. 더군다나 군산 오일장이 오늘이라고 들러서 살 게 있다는 말을 했더니 네비에 장터라고 쳐서 엉뚱한 곳으로 가게 만들질 않나, 어휴, 짜증났다.  그런데 잘못 간 곳이 은파호수였고, 그 옆에 내가 가보고 싶었던 군산대학교가 있어 가게 되었으니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표현이 딱 맞는 듯하다. "군산대학교는 왜 가고 싶어? 서울에 있는 그 많은 대학 놔두고" 그가 물었다. 그의 질문에 내 눈에는 벌써 눈물이 가득 차 올랐다. 

    대야 장터는 그야말로 가을 그 자체였다. 가을 농산물들이 길 양쪽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우리는 들깨와 휴양림에서 먹을 반찬과 주전부리를 샀다. 이것 저것을 보면서 말을 걸면 대개 할머니상인들은 이거 우리 집에서 내가 농사 지은 것이여라고 했다. 정말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어찌 되었거나 들깨 6키로를 9만원에 샀다. 기후 위기로 들깨 농사가 2년 전부터 평년 생산량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더니 가격이 이렇게나 많이 올라버렸다. 물건들을 차에 싣고 시장 뒤편에 있는 한우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때가 네 시 정도 되어갈 때였다. 채만식 문학관에 가고 싶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 주인 아주머니가 시골은 해 떨어지면 어두워지니 빨리 휴양림을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준다. 그러지 않아도 이슬을 영접한 남편 대신 내가 핸들을 잡아야 하니 정신이 번쩍 들어서 신시도로 바로 가기로 했다.

    대야 장터에서 휴양림까지는 40km 란다. 얼마쯤 가니 야미도가 나오고 그곳에서부터 새만금 방조제 길이 시작되었다. 차도 없고 곧은 방조제를 달리는 기분 정말 운전할 맛이 난다. 그래도 나는 속도를 준수한다. 아니 더 천천히 간다. 풍경을 음미하고 싶어서.. 그런데 해가 섬 너머로 빠지려고 한다. 하늘과 바다를 온통 주홍색으로 물들이며 오늘 하루를 치열하게 보낸 이들에게 아름다운 퇴장을 보이려는 듯 장엄하다.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야미도와 신시도 사이의 방조제 일몰

    휴양림은 섬 속의 섬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을과는 완전히 독립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숙소는 넓고 깨끗하다. 잘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짐을 풀고 아직 노을빛이 남아 있는 바다와 불이 켜지는 다리를 바라보며 잠깐 산책을 했다.

    휴양림 입구에서 노을
    고군산대교 야경

    바닷가 언덕마다 나즈막한 숙소가 있고, 문패가 달려 있는데 우리의 숙소는 해오름달이었다. 밤바다 해풍이라 그런지 바람이 쌀쌀하여 일찍 들어 왔다. 그가 저녁으로 라면을 끓였다. 부엌일은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지만 아주 가끔은 집에서도 라면은 끓이기도 한다. 아침 식사는 밥과 어제 대야시장에서 사온 홍어무침, 총각김치 그리고 우리 집에서 가져온 배추겉절이로 그런대로 성찬이다. 커피 한잔 하고 고군산군도를 돌기로 하였다. 어젯밤에 보았던 멋진 다리가 고군산대교라고 한다. 그 다리를 건너니 무녀도를 지나 선유도 해수욕장이 나왔고, 숙소에서 신기하게 바라봤던 돌로 된 산이 아주 가깝다. 바로 귀양 온 사람들이 주군을 그리워했다는 망주봉이다. 진안의 마이산 비슷하게 생겼다. 모래밭은 곱다. 바닷물도 깨끗하다. 우리는 물결과 장난치며 놀다가  몽돌해수욕장까지 둘레길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우리 숙소 앞의 호수 같은 바다 풍경
    돌산 망주봉과 선유도 해수욕장
    둘레길에서 바라본 장자도
    선유도 윤슬

    산길은 고즈넉하고 장자도로 이어지는 다리와 섬들이 어디를 찍어도 그림이 되는 아름다운 경치를 따라 갔다. 1키로쯤 가니 작은 마을이 나오고 정말 몽돌만으로 이루어진 해변이 나왔다. 남편은 만만한 몽돌을 골라 물수제비를 떠보며 논다. 제법 네다섯 번이나 물 위를 튕기며 달려가는 몽돌을 보니 재미있다. 나도 해 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다시 선유해수욕장 입구까지 걸어와서 장자도로 향했다. 선유도보다 훨씬 작아보이는 장자도 해변에는 음식점들이 많았지만 맛집을 검색하여 변산으로 달렸다.

    아직 새만금 방조제를 타기 전에 작은 항구가 있어 내려가보니 김양식하는 어촌 집하장 같았다. 작은 배에는 채취한 김이 가득 실려 있고 그것을 크레인을 이용하여 부두로 옮기는 작업을 구경하였다. 우리가 쉽게 먹는 김 한 장에도 저렇게도 많은 시간과 인력과 장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김 채취선
    노동의 강도를 줄여주는 크레인 작업

    새만금에 왔으면 방조제를 달려 보아야 한다는 내 주장에 변산을 향해 달린다. 신시도에서 변산 방향으로 가다보면 김제로 가는 길도 있는데 그 길은 이제 바다 가운데 길이 아니라 호수 위의 다리가 되었다. 신시도에서 부안으로 가는 방조제는 끝이 안 보일 만큼 더 길었다. 자연의 힘도 대단하지만 사람의 힘 또한 이렇다는 것을 유감없이 발휘한 현장이다. 이 깊고 깊은 바다를 막아 육지를 만들고 이렇게도 넓고 좋은 길을 낸 사람들, 대단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직접 확인한다.

    30분 달려서 변산에 도착했다. 격포항은 남편이 바다낚시에 정신 팔렸을 때 자주 왔던 곳이라 추억을 소환하러 들렀다. 그러나 너무도 많이 달라진 지형과 건물들로 추억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 어제 대야장터에서 못 산 대봉감만 한 자루 샀다. 우리가 찾아간 맛집은 백합조개정식을 하는 집이었다. 백합조개는 이 지역 특산물이라서 여기 저기 백합식당이 많다. 전에도 먹어보았지만 맛있긴 하다. 정식 2인분을 시켜 맛있게 먹고 나니 배가 찬다. 칼국수는 손도 대지 않았기에 싸달래서 차에 실었다.

    채석강
    선인들이 보낸 고대의 상형문자가 아닐까

    그리고는 채석강에 가서 산책을 하였는데 갑자기 남편이 채석강의 강이 무슨 강이냐고 물었다. 그러게요. 영문 표기를 보니 river가 아니라 gang로 되어 있다. 나도 잘 모르겠어서 검색해보니 이태백이 놀던 강 이름을 벤치마킹해서 붙인 것이라 채석강 자체가 고유명사로 되어 있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채석강, 내소사, 변산휴양림, 곰소항 등 벌써 우리가 몇 번씩 왔던 곳인데도 올 때마다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길에 새만금 방조제 입구에 있는 홍보관에 들러서 새만금에 대해 공부를 하였다. 방조제를 달리며 창문을 열고 왼손을 내밀어 바람을 만진다. 와, 이 청량함, 수평적으로 느껴지는 바람의 숨결, 드라이브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방조제를 건너와 숙소로 돌아왔다. 좀 쉬었다가 숙소 반대쪽에 있는 일몰 감상하는 곳에 갔는데 사람들이 제법 많다. 가로등에 하나 둘 불이 켜진다. 

    휴양림에 있는 바다 조망대

    아침은 백합조개탕과 김치였는데 탕이 무척 시원하고 깔끔해서 가져오기를 잘했다고 웃었다. 밥 먹고 휴양림 산책 코스를 전부 돌았다. 작은 산 봉우리에 오르니 고군산군도가 360도 보이고 탁 트인 풍경이 멋지다. 천천히 걸어내려와 응골저수지로 향했다. 놀랍게도 바닷가 바로 옆에 저수지가 있었다. 고니 한 마리가 저수지를 몽땅 차지하고 식사를 하고 있다,

    응골저수지

    바닷가는 몽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멀리 양식하는 인부들이 보였다. 어디에서 떠내려온 것일까. 몽돌만큼이나 많은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어서 아쉽고 안타까웠다.  다시 에움길을 돌아 숙소로 와서 군산역사박물관으로 갔다. 

    군산 개항로에 남아있는 일본식 가옥들

    역사박물관은 수리 중이라 관람을 하지 못하고 일제강점기에 지어졌다는 건물들 구경을 하였다. 큐슈의 모지코항 풍경이 생각났다. 80년 되었다는 전국구 빵집 이성당에 가서 빵을 사고 군산로컬푸드에서 식재료를 샀다. 채만식문학관은 가지 못하였다. 이로써 우리의 휴식은 멋지게 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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