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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 - 단양 황정산 휴양림
    휴양림을 찾아서 2021. 10. 31. 13:02

    시골에서 로터리를 만나면 잠깐 혼란스럽다. 거의 대부분이 원으로 되어 있고 원하는 방향으로 각자 우회전, 직진, 좌회전하게 되어 있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전해야 한다. 방향도 명확하게 직각이 아니고 한 시 방향이라든가 10시 방향이라든가여서 시계 방향 감각을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혹여 갈래가 많은 길에서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해도 당황하지 말아야 한다. 갔다가 적당한 곳에서 돌아오면 되니까.석사에서 황정산으로 오기 위해서는 이런 회전 로터리를 몇 개 지나야 했다. 서쪽 하늘에 가까이 닿은 태양은 벌써 그 기세를 잃어버려 서늘한 느낌을 준다. 30분쯤 달려서 단양 가는 중앙고속국도를 탔다. 한적하지만 그래도 난 맨 오른쪽 차선을 이용한다. 좀 더 느리게, 그리고 그만큼 더 풍경을 즐길 수 있기에, 그리고 무슨 아우토반을 달리듯 쌩하고 지나가는 옆 차 신경 덜 쓰고 싶어서이다. 또 30분을 달리니 단양으로 들어섰다. 단양은 우리 아이들 청소년일 때 가족 여행 왔던 곳이다. 그때 대명 콘도에 머물렀었는데 온천 풀장이 있어서 놀았던 기억이 났다. 단양에서 휴양림까지 가는 동안 사위는 벌써 어둠에 잠겨 있다. 산에서 야생 짐승이라도 뛰어들까봐 조심하며 달렸다. 오늘은 하루 종일 걷는 일정이 많아서인지 온 몸이 땀투성이라 씻고 일찍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조금 오고 있었다. 휴양림 언저리라도 걸어야 하는데 습하고 미끄러워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나을 것 같아(나이가 들면 생기는 조심성인지도 모른다) 가지 않기로 하였다. 우리가 휴양림을 다니면서 꼭 휴양림을 안고 있는 산에 올라갔다(정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오곤 하였는데 아쉽지만 이번만은 안 되겠다. 느지막하게 아침을 먹고 휴양림을 나왔다. 산자락에 기댄 민가들과 밭과 과수원들이 평화롭다. 농촌 어디를 가도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만큼 인구가 줄었다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어렸을 때야 집집마다 아이들이 대여섯은 있었으니까, 마을이 떠들썩했었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 싸우는 소리, 그리고 누구야를 부르는 소리 등으로 조용할 날이 별로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등교하는 시간이면 긴 줄을 이어놓는 학교 가는 아이들로 신작로가 꽉 차 있었기도 했다. 그때가 조금은 그립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날들 같아 더 그렇다.

    남편과 나는 단양강 잔도를 걷기로 하고 강변에 차를 세웠다. 잔도는 절벽 허리를  가로지르기 위해 절벽에 구멍을 내고 거기에 널빤지를 이어 붙여서 길을 낸 것이다. 우리말로 순화하면 다락길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잔도는 중국에 많이 있다. 잔도의 역사는 2000년이 넘는다 하니 그것도 놀랄 일이다. 장가계 갔을 때 천문산에 있던 잔도를 걸어보았다. 정말 신기하고도 무서웠던 길이다. 발아래 구름이 있었고, 땅이 끝까지 보이지 않았었다. 이런 길을 사람들이 만들었다니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을까.

    전국 시대에 처음 잔도를 만들었을 때는 전략적인 이유로 만들었겠지만 지금은 관광 자원이 되어 지금까지 유지 보수해 오고 있다고 하니, 역사는 뫼비우스의 띠인가. 사람들이 옛날 것에 감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단양강은 남한강의 단양 지점을 부르는 말인데 부여의 백마강 같은 명칭이다. 지역 사랑의 산물이라고나 할까. 애칭 정도로 생각되었다. 멀리서 바라보니 강을 가로지르는 철교의 아치형 교각이 물속에 비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단양강 잔도의 길이는 1.2km 강줄기를 이루는 암벽을 따라 만들어놓았다. 평일인데도 잔도를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단양강 잔도의 매력은 암벽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를 감상하며 걷기에 좋다는 것이다. 꽃은 주로 구절초와 국화가 많았고, 잘 모르는 나무들도 자세한 설명과 함께 이름을 표시해 놓아 알게해 주었다.

    단양강변에서 철교와 잔도가 있는 쪽을 향해 찍었다. 산 정상에 만천하 스카이워크가 있다
    암벽에 뿌리를 내리고도 이렇게 예쁜 꽃들을 피워내는 야생의 풀꽃들
    철조망 너머의 암벽에 핀 쑥부쟁이가 탈출의 기쁨을 세레모니하는 듯 잔도로 나와 있다
    이름을 몰라 보라별꽃이라고 불러봤다
    중국의 잔도가 주는 맛은 없지만 물결이 철썩이는 아래를 보면 이 길도 만들기가 어려웠을 듯

    차를 세워 놓은 처음 지점으로 와서 이번에는 쏘가리 매운탕을 먹으러 가려는데 비가 후두둑 떨어진다. 비가 우리를 위해 참고 있었던 양, 갑자기 막 쏟아진다. 우리는 차 안에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상경하기로 했다. 그래. 일단 집으로 가는 게 좋겠어. 집에 생물 택배도 와 있다고 하고, 비도 오니까.

    오는 길은 엄청 밀린데다가, 길을 잘못 들어 돌기도 해서 저녁 늦게야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녹초가 된 몸을 부리니, 이제 또 살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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