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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일 수요일 맑음
차가 어찌나 밀리는지 9시경에 겨우 바톤터치를 하고 딸은 병원으로 갔다. 아기들은 활발하게 잘 놀다가도 한번씩은 우는 소리를 냈다. 그럴 땐 안아주고, 말 시켜주면 금방 기분이 좋아져서 웃었다. 랑이는 좌우 까꿍을 좋아하고, 은이는 장난감을 좋아한다. 두 아기가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놀도록 떼어놓지만 어느 순간 서로 옆에 있게 된다. 랑이 놀고 있으면 이동에 자신이 있는 은이 다가와 관심을 두는데, 장난감을 서로 가지려고 알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아기들이 알아듣든 아니든 합리적 질서를 알려주었다.
삶은 국수를 만져보는 촉감놀이 새벽에 주말농장까지 다녀오느라 끼니를 못 챙겨서 딸이 먹는 시리얼을 먹었다. 입에서 바삭바삭 소리가 나니까 둥이 일시에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나는 어떤 때는 와자작 씹고, 어떤 때는 후루룩 일부러 크게 소리를 내어 아기들에게 청각적 자극을 주면서 한 그릇을 비웠다. 할머니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니까 뭔가 새롭다는 느낌인지 아기들이 한참이나 집중한다. 제 엄마가 나간 지 한 시간 정도 되니, 노는 것도 재미가 없는 것 같다. 나는 둘을 앉혀놓고 노래와 율동으로 아기들의 무료를 달랬다. 아기들 재롱을 보는 할머니가 아니고, 내가 재롱을 떨어 아기들이 보게 해야 한다. 일단 아기들이 울지 않고 있으니 소정의 성과는 있었다. 한참 노래를 하고 있는데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나니까 은이 먼저 알아채고 그쪽을 바라본다. 그리고 제 엄마가 들어오는 걸 본다. 그때까지 랑은 보지 못하다가 늦게서야 엄마를 보고 씩 웃는다. 은이는 배밀이 시도 일주일 만에 속도를 내며 기어온다. 한쪽 팔을 지지하고 한쪽 팔을 휘저으며 꼬물거리며 달려오는 폼이 올챙이 같기도 하고 어린 물고기 같기도 하다. 아직 랑은 그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이려고 하지는 않지만 서 있는 걸 좋아한다. 소파를 잡고 1분 정도 서 있을 수 있다. 특히 랑이 자기의 성과를 느끼는지 얼굴에는 뿌듯한 미소가 있다.
은이 익숙하게 물을 마시며 수건을 갖고 놀고 있다 랑이 소파를 잡고 서 있다 저도 이제 물컵으로 혼물하고 있어요 아기들은 여름 햇볕을 받은 식물처럼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3시 이유식 전에 자기주도식사를 실시했다. 익힌 가지와 당근을 식판에 놔 주고 잡아서 먹도록 하는 거란다. 랑이는 잘 먹었는데 나는 목에 당근 덩어리가 걸릴까봐 걱정이 된다. 당근을 조금 더 익혀서 더 물렁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기들이 이가 나면서 씹을 수는 있어졌지만 덩어리가 크면 목넘김이 어려워 고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이는 가지도 당근도 좋아하지 않았다. 먹기 싫을 때 나오는 딴청을 피우고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맛없다고 하는 것 같다.
가지가 별로 맛이야 나는 괜찮아 가지 당근 맛있어 아기들의 목욕을 앞당기기로 했다. 요즘은 아기 목욕 용품도 새로운 것들이 많아졌다. 팔을 걸고 서서 샤워하듯 하는 용품이 있어서 물 떠 날라서 거실에서 하는 목욕보다는 훨씬 쉬워졌단다. 아기들이 낮잠을 짧게 자서 그런지 먼저 목욕한 랑이가 금방 잠들었고, 은이도 꿈나라 간 것을 보고, 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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