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이 빠르다는 말을 농사 일기를 쓰면서 다시 실감합니다.
처음 농사 일기라고 제목을 정하면서
다섯 평 텃밭 가꾸기에 농사라는 거창한 이름이 걸맞기나 한건지
고민을 하였습니다. 어쨌거나 거기에서 난 것으로 김장을 하고
보니 조금은 용서가 될 것도 같습니다.
농사를 짓다보니 좋을 때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속상한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진짜 농사꾼들의 심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겠구나하구요. 농사 짓고 사는 분들의
소박한 꿈에도 가까이 가 볼 수 있었기도 했구요.
또 직접 채소를 기르다보니 그것들에 더 더욱 애착이 생기기도 합니다.
쌀 한 톨조차 아끼셨던 어르신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어제 다시 습관처럼 가 보았던 그곳은 황량하지만 편안해 보였습니다.
겨우내 땅은 친구들과 지내겠지요.
춥고 덥고, 얼고 녹고 하면서 하나가 되어가겠지요.
사람들도 그들과 진정으로 하나가 될 마음으로 봄을 기다릴 것입니다.
농사 일기를 끝내는 저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해 봅니다.
밭은
음악 시간이었다.
오선을 긋고 음표를 심으며
갖가지 악기로 기쁨과 평화를
노래할 수 있었던
밭은
미술시간이었다.
복잡한 머릿속을 하얗게 비워내고
어깨 위 무거운 짐들을 지워버리며
봄을 그리고
여름가을을 채색하면서
환희와 슬픔에 젖을 수 있었던
밭은
나를 심고
나를 가꾸는
수행의 시간이었다.
이 위대한 대지에
햇살에 바람에 비에
밀레의 만종을
그리고
농부이셨던 주님께
찬미의 노래를
---그동안 농사 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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