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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아내가 결혼했다
    읽고 보고 그리고..... 2008. 10. 21. 12:08

    결혼의 새로운 패러다임인가?

                                                                           박현욱          문이당

     

    언젠가부터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요상한 제목의 책이 큰애 책상에 있었다.

    책이건 영화건 별별 튀는 제목들도 많은 지라 온라인 소설이 책으로 나왔나하였다.

    그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러가서 아내가 결혼했다가 영화로 상영중이라는 걸 알았다.

    맛보기 영상을 본 우리 일행의 반응은 꽤 격렬했다.

    "아유, 저 망칙한 제목은 또 뭐야?" "그러게 말야. 문화가 아이들의 사고를 바꿔놓을 수 있는데 저건 좀

    그렇다." "앞으로 결혼의 의미가 달라질 건가 봐." 우리가 보려고 했던 영화보다 화제가 더 했는데

    내가 "우리집에 그 책이 있으니까, 내가 보고 얘기해줄게, 어떤 내용인지." 해서 잠잠해졌다.

    아줌마들의 기억력은 연속극을 보고 잘도 얘기하던 때와는 다르게 벌써 드라마가 끝나니

    조강지처 클럽을 잊었나보다, 그리고 맘마미아의 줄거리도.

     

    직업 때문에 만난 인아는 취미가 같음으로 해서 금방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우리는 프로축구 디비디를 밤새워 볼 정도로 프로축구에 많은 관심이 있다.

    어느 날 술을 마시고 커피 한잔하듯 같이 잔다. 요즘말로 사귀게 되었다.

    그녀의 모든 면을 사랑하는 나는 결혼에 급급하지만 그녀는 관심 없다.

    구속당하는 결혼 안하겠다고 하지만 결혼 후에도 서로의 사생활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결혼한다.

    그러다가 주말 부부가 되고 얼마쯤 있다가 아내는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며 결혼하겠다고 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에 나는 펄펄 뛰지만 결혼 전 약속 때문에 허락하지 않을 수 없다.

    나에게 이혼의 자유가 있지만 이혼하고 싶지는 않다.

    내 아내는 주중엔 두 번째 남자와 주말에는 첫 번째 남자인 나와의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

    그리고 아이가 생기고 나는 누구의 씨인지 알고 싶어 하지만

    인아는 "내 아이"라고 못을 박는다.

    결국 자유로운 환경을 위해 네 사람 두 가정은 뉴질랜드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는 내용이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내용 같다. 그러나 사실 일처이부라는 사실이 새로울 뿐, 소설이나 드라마 또는

    주변에서 많이 봐왔던 일부다처와 그리 다를 것도 없다.

    그래서 작가는 우리의 충격을 완화시켜 줄 요량인지 재산 다 말아먹을 정도로 오입쟁이였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과거전력을 감추지 않는다. 그리고 누나의 잦은 이혼을 통해 이혼하고 결혼하는 것과 혼인 상태

    에서 다시 결혼하는 인아의 두 번째 결혼과는 어떻게 다른지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인아의 입을 통해 일처다부제에 대한 역설을 하게 한다.

    소설은 아내가 두 번째 결혼하는 이야기를 씨실로 했다면 프로축구의 상황을 날실로 엮어내는 위트를

    발휘한다. 재미있다. 어느 스포츠 무슨 게임인 듯 인생과 다르지 않은 것이 있으랴?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에서 한진희는 두 번째 부인과 결혼하였다, 물론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부인의 묵인하에.

    그리고 영화 맘마미아에서는 세 명 중에 한 명이 아빠일 뿐

    누가 아빠인지는 모르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그저 그 상황을 재미있게 보았다. 어찌 보면 관대하게도 그냥 그렇게.

    그런데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제목에서 주는 어감은 심상치 않다.

    결혼의 새로운 패러다임처럼 느껴진다. 이제 "우리"의 삶보다 "내" 삶의 가치를 더 중시하는 세상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인가? 아니면 온고지신인가?

                                                                                             200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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