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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된장 담기사노라면 2011. 4. 22. 11:47
비록 사는 데가 대도시이고 아파트지만 된장을 담가먹는 나는 올해도 우리농에서 메주를 샀다.
7KG의 콩으로 만든 메주 세 덩어리. 생산자는 안동 가농으로 되어 있다.
올해는 말날이 2월 20일라는 소릴 듣고 일주일 전에 곰팡이와 잡티를 깨끗이 닦아
햇볕에 말려놓았다. 물과 소금을 분량대로 준비해 소금이 잘 녹도록 하루 전에 풀어놓았다.
소금은 작년여름에 사두었던 신안 산이다. 소금물에 달걀을 띄워보니 백원짜리 동전만큼
물위로 올라와 있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누구나 아는 비법이다.
미리 말려 두었던 항아리 안쪽에 불에 달군 숯의 김을 쐬게 하여 소독을 하였다.
메주와 소금물을 넣는 내내 맛있는 장이 나올거라는 기대의 설레는 마음과 혹시 잘못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런 마음이 반반이다.
뚜껑을 닫아놓았다가 3일후부터 낮에는 볕쐬기를 하였다.
그런데 일주일 쯤 되자 소금물에 하얀 곰팡이가 생겼다.
한 사흘을 놔두고 보다가 곰팡이를 걷어내니 한 번에 걷혀 깨끗해졌다.
또 며칠이 지나자 다시 곰팡이가 생겼다.
끙끙거리다가 생산자님께 전화를 하였다.
"아마 소금이 약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만드는 법에 써 있는대로 냉면기로 세 번 넣었어요."
"그렇습니까? 그래도 베 자루 같은데 소금을 넣어서 뜬 메주 위에 놓아보세요. 아마 녹을만큼
녹고 남으면 건져내면 농도가 맞을 낍니더."
경상도 억양이라 조금은 알아듣기가 힘들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살림 잘하시는 분 같았다.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신기하게도 정말 면자루에 넣은 소금이 녹을만큼 녹더니 더 이상 녹질 않았다.
아마 우리 냉면기가 작았나보다. 혹시 물위의 부분이 백원짜리가 아니고 오백원짜리였나.
나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무너져가고 있었다.
이젠 안심해도 될까하고 있는데 또 하얀 새털구름같은 곰팡이가 생겼다.
마침 어머니한테 가려고 할 때라 사진을 찍어 가지고 가니 어머니도 잘 이해를 못하셨다.
갑자기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일주일후에야 집으로 돌아와 장독대를 보니
아주 곰팡이 눈이 내려 새하얗다. 또 생산자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쩌죠?"
"간장이 맛있으면 곰팡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된장 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지는 않을 낍니더."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아 곰팡이를 면보를 깐 체에 받혀 간장을 걸러내었다.
또 어머니 수발하러 천안에 갔다오니 함박눈이 내렸다.
신경이 너무 쓰여 도저히 놔둘 수가 없었다.
그사이 장담근지도 40일 지나 장을 가르기로 하였다.
마침 볕도 깨끗하여 테라스를 청소하고 장가르는 작업을 하였다.
메주를 꺼내어 곰팡이를 떼어내고 간장을 다시 면보로 걸러내었다.
메주는 원래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삭은 느낌이 아닌 생생하고 촉감이
뻣뻣하였다. 메주를 갈라보니 속에 파란 곰팡이도 있어 기겁을 하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그 참 이상하네. 왜 파란 곰팡이가 있을까?"
전화로 답을 찾는게 어렵다. 다시 생산자님께 전화를 하였다.
"정말 전화를 자주 드려 죄송한데요. 제가 뭘 잘못했을까요?"
"아마도 너무 일찍 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전통 장을 하는 거라서 오래 두어도 괜찮은데
....... 이미 메주를 으깨었다니 간장을 된장 농도로 넣어서 한 일주일 더 둬 보십시오."
일주일이 지났다.
간장과 된장에 또다시 하얀 곰팡이가 생겼다. 생간장이 좋다하여 끓이지 않으려 하였지만 어쩔수 없이
끓여야 했다. 대신 오래 달이지는 않았다. 간장은 맛있는 냄새가 나고 맛도 달큰한게 콩맛이 났다.
간장은 검은 색이 어쩌면 그리도 맑은지 내 얼굴이 다 비친다.
간장은 잘 된 것 같았다. 문제는 된장이다. 또 경상도 지역번호를 눌렀다.
"이젠 어떡할까요?"
"한 번 뒤집어주고 비닐을 깔고 그 위에 소금을 1센티쯤 얹어보세요. 지금 된장에 소금을 넣으면
써서 먹기 힘드니까 2,3개월 숙성시켜서 그 때 먹으면 됩니다."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또 궁금하면 전화드려도 되지요?"
"예. 전화하이소."
나는 소금을 된장위에 하얗게 얹으며 제발 맛있는 된장이 되기를 빌었다.
그리고 생산자하기도 힘들겠구나. 나같은 도시생활자가 또 있다면 하는 맘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