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012 나의 텃밭에서 7
    사노라면 2012. 11. 21. 18:19

    하늘에 검은 구름이 가득하고 빗낱이 오락가락하니 김장밭이 걱정이다. 기온이 내려가면 혹시 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맘 졸이지 말고 뽑아오자고 마음 단단히 먹고 칼들고(ㅋㅋ) 밭으로 돌진!!! 밭에는 나같은 사람들이 물결(?)친다. 역시 날씨에 민감한 마음들이다. 무 이파리 정말 싱싱하다. 꽤 많다. 이걸 차까지 옮기는 일이 어렵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오셔서 도와주셨다.

    "아유, 왜 혼자 와서 ...... 어렵게 . 식구들하고 오지."

    "조금씩 나르지요."

    아주머니는 무청 하나도 아깝다며 내가 버린 것을 다 주워가셨다.

    덕분에 배추도 정리해서 차에 실었다.

    총각무

    아랫밭에 가서 대파와 갓을 뽑아 차에 실었다. 이제 아무 것도 없는 빈 밭을 보니 괜스레 발길이 떨어지지 않고 무언가 남겨놓은 것 같은 마음에 선뜻 떠나지지 않았다.

    대파 싱싱

    트렁크에 배추, 뒷좌석에 무와 갓, 앞좌석에 대파를 앉히고 잠시 서 있었다. 한 십 분 쯤 하늘과 나무와 들을 감상하고 차에 탔는데 차 안에는 시원한 향기가 가득 차 있었다.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적당한 말이 없네 ㅋㅋㅋ

    어떤 향수보다도 좋은, 가슴 깊숙한 곳까지 스미어 감동을 주는 냄새.

    아마도 그 냄새에는

    봄을 맞고 처음 내 땅에 호미와 내기와 괭이로 흙을 고르던 설렘,

    씨앗을 뿌리던 기원,

    싹이 트며 올라오던 환희,

    좋은 사람들과 나누던 쌈채소의 즐거움,

    봄가뭄의 안타까움

    개망초꽃의 순수한 아름다움,

    고추가 시들시들 말라버리던 속상함,

    여름 홍수에 망가지던 밭고랑의 수고,

    또 새로운 시작의 김장 심기,

    배추벌레와 숨바꼭질,

    그리고 오늘,

    이런 모든 것들이 섞여 있을 거라고

    아마도 2012년 텃밭의 모든 것이 배어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배추 장수 같은 차 안
    노란 배춧속 먹음직 하쥬?

    집에 부려놓으니 엄청 엄청 많아 기죽어 덤비지도 못하다가 어찌어찌하여 이 모든 재료들은 변신, 축소되어 김치통으로 얌전히 들어가게 되었다. 김장하기가 넘 힘들어 몸살약 5일치나 먹어가며 내년에는 하지 말고 절인 배추 시켜야지 다짐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 않으리 하며 꿈꾸고 있는 새로운 설렘에 나는 또 항복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텃밭을 마무리 한다.

    모든 것에........

    '사노라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 된장담기  (0) 2013.03.11
    남편  (0) 2013.02.08
    2012 나의 텃밭에서 6  (0) 2012.11.08
    2012 나의 텃밭에서 5  (0) 2012.10.21
    2012년 8월 10일 오전 10:41  (0) 2012.08.10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