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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둥이 이야기 2025. 1. 5. 15:16

    12월 29일 ~31일까지 그리고 1월 3일

    갑자기 딸이 왔다. 아기도 은이만 데리고 택시를 타고 왔다. 그동안  랑이가 엄마만 찾는 재접근기가 다시 와서 딸이 통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견디다 견디다 이제 한계에 왔는지 사위가 딸더러 나가서 자고 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신랑이 하둥이를 혼자 보려면 힘들 것 같아 은이를 데리고 온 것이다. 

    우리 집에서 은이는 정말 잘 놀았다. 장난감도 없는데 심심해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와도 재밌게 놀고, 밥도 많이 먹었다.

    마침 어제 떠 온 광어회가 있어서 익혀 줬더니 오물오물 잘도 먹었다. 꼭 할아버지 저 생선 좋아해요. 많이 사다 주세요하는 것처럼 잘 먹었다. 응가도 많이 하고 사이사이 간식도 어찌나 먹는지 깜짝 놀랄 정도였다. 딸은 옛날 제 방에서 좀 쉬라고 난방도 넣어줬지만 잠도 오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제 집만큼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해주는 밥도 좀 먹고 쉬었다. 저녁을 먹고 나자 딸이 가겠다고 했다. 몸은 여기 있어도 맘은 자기 집에 있다는 걸 익히 알고 있으니 잡지 않고 택시비만 줬다. 

    다음 날 아침 오늘은 나갈 일이 있어 목욕이며 빨래며 청소도 일찌감치 다하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딸의 sos가 왔다. 오늘부터 아기들 방학이라 집에서 놀아야 하는데 딸이 어젯밤에 또 잠을 못 자서 어지럽다고 했다. 나는 열일 제쳐두고 달려갔다. 할머니를 본 아기들은 엄청 좋아했다. 난 딸은 방으로 밀어 넣었다. 웬만하면 나오지 말고 눈이라도 감고 있으렴. 한참을 놀고 있는데 은이가 자기를 안아달라고 하더니 주방에서 김 봉지를 가리켰다. 이거? 왜? 그랬더니 내려달라고 하더니 밥솥을 당겨서 열라고 했다. 아직 말은 잘 못하지만 행동으로 자기 할 말을 다 한다. 내가 응 배고파 밥 달라고?하면서 밥솥을 열어보니 밥이 없다. 앗!!! 그때 은이 얼굴은 실망 그 자체였다. 나도 아니 밥이 없네 그러고 있는데 딸이 그 소리를 들었다며 방에서 나왔다. 냉동실에서 밥을 꺼내 닭가슴살과 김을 버무려 밥을 주니 아주 잘 먹었다. 응 우리 은이 배고팠구나. 왜 이럴 때 아이들도 딸도 애처러운 생각이 드는 지 난 아무 말도 안했지만 쌍둥이 키우는 딸도 가엾고 쌍둥이도 측은하다. 그러나 쌍둥이를 키우는 기쁨도 두 배 이상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딸, 장하다. 어렵고 힘들지만 잘 하고 있다. 난 이렇게 응원을 보낸다.
    아기들은 밥을 배불리 먹고 또 놀았다. 공 놀이를 좋아하는 랑이, 은이는 블럭처럼 조립하는 걸 잘한다. 가끔은 티비에서 춤 추고 노래하는 것을 보며 따라하기도 한다. 낮잠 시간이 되자 랑이가 또 칭얼댔다. 엄마 다리라도 잡고 있어야 안정이 된다고 해서 랑이와 딸은 방에 있었고 나는 거실에서 은이를 안고 토닥여 주었다. 그랬더니 은이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더 따듯하게 더 꼭 안아주었다. 소파에서 안고 있었던 지라 안고 일어나서 방에 뉘는데 이 녀석 무게가 만만치 않다. 많이 자랐다. 한 시간 반을 자고 일어났다. 그 사이 우리도 점심을 먹고 나도 딸도 좀 누워서 쉬었다. 할머니는 4시에 퇴근하려다 30분이 늦어져서 출발했는데 차가 많이 밀렸다. 날도 어두워져서 운전하기도 별로였다. 

    그런데 밤새 잠이 안 와서 내일은 운전을 못할 것 같아 걱정하다가 대중 교통으로 가기로 마음 먹었다. 졸음 운전을 하느니 그게 훨씬 안전한 방법... 지하철과 이것 저것을 갈아타고 가니, 이 방법도 괜찮았다. 아기들은 할머니를 또 만나니 어제 보다 더 좋아했다. 짐을 가급적 줄이느라 황태구이만 가지고 갔다. 우리도 먹으면서 하자꾸나. 이건 우리 먹을 거야.

    랑이는 말을 잘 따라했다. 내가 미끄러질 거 같아. 조심해 그러면 랑이도 따라했다. 그리고 무엇을 받으면 고마워를 했다. 은이는 아니야를 잘 했고 어른들이 물어보는 거에 대해 자기의 생각을 행동으로 명확하게 전달했다. 아마도 은이가 말문이 트이면 갑자기 아나운서가 될 지도 모른다고 웃었다. 

    아이들과 놀다가 5시쯤 버스와 전철을 갈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운전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운전 안 하는 방법도 좋은 점이 많다는 걸 안다. 오늘은 12월 31일이다. 

    사위가 전화로 새해 인사를 하면서 은이가 할머니 보고 싶대요하고 전했다. 1월 2일까지는 사위 휴가라서  3일에 또 갔다. 만나면 만날수록 더 반가운 손주들과의 시간,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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