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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9 - 춤꾼 하둥
    하둥이 이야기 2024. 11. 17. 12:23

    11월 9일 토요일 맑음 

    하둥이가 동요에 맞춰서 춤을 춘다. 음악이 나오자  손과 발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제자리에서 혹은 이리 저리 옮겨다니며 돌기도 하고 손뼉도 치면서 춤을 춘다. 리듬이 빠를 때는 빠르게 느릴 때는 서서히 움직이며 음악에 임팩트가 있을 때는 갑자기 멈춘다. 어떤 때는 바닥에 누워서 얼음을 하는 모양이다. 은이는 뭐라고 중얼중얼거리는 데 노래를 따라부르는 것 같다. 완전 춤에 몰입해서 추는 것 같다. 춤꾼들이다. 동영상을 찍어보니 얼추 5분 정도나 되었다. 어려서부터 은이가 흥이 많아 보여서 내가 흥은이라고 별명도 불렀었다. 밖에 나가지 않을 때는 이렇게해서라도 에너지를 써야한단다.

    블럭을 하다가 은이가 찾았다라는 단어를 썼다. 랑이는 더 많은 단어를 말할 수 있다. 때론 발화가 안 되는 말 앞에서 은이가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은이 입에서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동안 발효되고 숙성되었던 은이의 머리와 입 속에서  완벽하게 정제되어 터져 나올 것이다. 우리 딸이 걸을 때도 그랬다. 무엇을 짚고 걷기는 잘하는데 혼자서는 발걸음을 못 떼었지만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래 할 때 되면 하겠지하고 기다리던 생후 17개월 어느 날 딸이 갑자기 달려왔다.  화산이 용암이 끓어올라 분출하기까지, 태풍이 바람의 눈이 또렷해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듯 그렇게 자신의 힘을 키우고 있었던 것 같았다. 늦어도 괜찮아. 기다리면 다 한단다. 

    놀이터에서 노는 데 계단도 잘 올라가고 미끄럼도 잘 내려온다.  랑이는 공원 풀숲에서 노는 걸 좋아한단다. 맥문동 열매같은 열매를 따기도 하고 강아지풀을 쏙 뽑기도 하면 논단다. 나는 벌레가 많으니 풀밭으로 아기들이 들어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딸집 아파트는 공원이 여기 저기 아담하게 서너 개 만들어져 있어서 아기들이 산책하기에 좋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함께 운동한다. 은이가 시소에 혼자 타길래 내가 위아래로 굴려주려고 시소를 잡고 있을 때 으니가 할머니 비키라고 손짓했다. 왜지? 혼자 어떻게 타려고 그러는 거지? 하면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데, 은이가 스스로 발을 굴려 시소를 타고 있다. 와우, 우리 은이 천재아냐!! 손뼉 치며 좋아하니 딸이 그런다. 다른 아기들도 다 그렇게 해요... ㅋㅋ 요즘 아기들은 왜 이렇게 머리가 좋은 거지? 나중에 미끄럼틀에서 놀던 랑이가 합세해서 재밌게 탔다.

    5시까지만 놀고 우리는 가겠다고 하니 하둥이가 시무룩해졌다. 그래도 주차장까지 와서 뽀뽀도 해주면서 인사를 한다. 

    춤을 추며 즐거운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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