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리재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을 틈도 없이
뒷산으로 향했다.
손에는 호미와 톱을 들고 자루도 하나 메고
칡 뿌리 주우러 가는 거다.
포크레인이 파 놓은 경사면을 잘 살펴보면 잘려진 칡 덩굴이 보이고
뿌리를 찾아 흙을 파 들어가다보면 가끔은 알이 배어 불룩한
실한 놈들이 나타난다.
우리는 심봤다를 외치며 캐는데 여간 힘든 노동이 아니다.
그래서 이삼십센티쯤 파다가 톱으로 잘라낸다.
대충 흙을 털어낸 다음 이빨로 쭉 잡아당기면
하얀 속살이 나오고 그걸 씹으면 쌉싸름하고 달큰한 물이 나온다.
"음 맛있다. 언니도 먹어봐."
언니 입에 넣어주며 흙투성이가 된 두 자매가 흐뭇한 표정으로 칡 뿌리를 먹는다.
들고 올 만큼 자루에 차면 개선장군처럼 내려오는데
언니 아들이 칡뿌리를 먹으니 속이 좋아졌다고 해서 더 열심히
캐러 다니는 것이다.
깨끗이 씻어 말리고 먼저 말려놓은 것을 다려서 물로 마신다.
한두 병 얻어간 것은 남편만 먹였는데
이젠 나도 먹어야겠다. 함께 건강해져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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