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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향을 바라보고 길게 누운 비탈 밭은 이장이 짓는 문중 땅이란다.
그런데 그 밭엔 냉이가 얼마나 많은지 아직 얼음이 다 풀리지 않은 이른 봄인데도
묵은 냉이가 가득 널려 있었다. 그래서 재작년엔 냉이를 뜯어 나눠먹기도 많이
하였는데 올핸 냉이가 통 보이질 않는다. 마침 장날이라 장에 들렀더니 냉이가 있다.
"어디서 캐셨어요?"
하고 물으니 수리재 할머니들이 캐 온 거 사왔다고 한다.
"그 냉이 많은 밭에서요? "
"그걸 어찌 알우?"
아하! 이장네 밭에 있던 냉이들이 여기 와 있었구나.
할머니들 용돈 벌이는 이해하겠는데 그렇게 싸그리 캐 낼 건 무어람.
내년 또 내후년에는 냉이씨가 마르겠구나싶어 마음이 쓸쓸하다.
tv에서 무어가 좋다하면 난리가 나는 이상한 현상이 생각나서 더 그렇다.
냉이를 사가지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