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살이의 근본은 변한게 없다
강명관 도서출판 길
책을 읽는 즐거움 중에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재미가 젤 큰 것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는, 읽는 재미가 쏠쏠했던 책이었다.
어쩌면 '코끼리 다리'라는 나의 편중된 시각을 코끼리 몸통이나 머리 꼬리까지 두루 볼 수 있게 다각적인 면을 제공해주었던 기회였기도 하였다.
저자는 우리가 상식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기존 개념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열어줌으로써 정형화, 고착화되어 있던 의미를 재해석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우리가 받은 교육이란 것은 시를 읽으면서 까지도 이미 첨부되어 있는 해설 그대로를 외워야만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의 사고를 배제하고 이미 누군가의 생각되어짐 그것을 내 것인양 체득해야했다. 철저히 창의적이지 못한 방식의 교육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해야 하는 말을 끝내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겸손이고 절제인 것처럼 배워왔던 답답함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시원해지는 느낌도 있었다.
내 의견이 다른 사람과 다를 수 있는 것이 정상이고 당당히 표현하고 싶다는 자신감까지도 부여받은 것 같았다. 그럼에 저자에게 많은 부러움을 갖게 되었다. 잡문 콤플렉스를 거부하고 자기 주장을 펼칠 수 있는 학문적 소신과 해박한 지식, 거기에 모든 사람을 자유롭게 하려는 글의 취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람 사는 세상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별로 없이 그대로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양반이 되려면 양반을 살 수도 있었고 (그 때도 돈 있으면 안되는 게 없는 물질만능주의 )
긴 치마폭이나 망건 속에 감춰져 있었지만 버릴 수 없었던 이성에 대한 본능 ( 자유로운 성 문화 )
빈부의 대물림, 당리당략을 위한 싸움의 정치, 힘센 가가 약한 국가를 치고 들어가 아수라장을 만드는 국가간의 전쟁, 자연을 향한 소박한 삶의 염원 등은 변하지 않는 현상이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 효의 가치와 방법은 많이 바뀌어 심청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극단의 이기적인 우리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 대가들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줌으로 해서 그들도 우리와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지녔었구나 하는 일종의 안도감을 갖기도 하였다.
따뜻한 햇살은 지금도 여전히 따뜻하다. 지금의 태양은 과거를 비추던 그 태양이기 때문이다.
사람살이를 포함한 자연의 이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우주인 시대에도 꼭 지켜야 할 근본은 변함이 없을 것이리라.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 위에도 아래에도 사람 없는 평등한 사람 살이,
만물의 영장이 아닌 자연 속의 한 생명체로서 자연을 아끼고 순응해가는 겸손한 사람 살이,
있는 자만이 잘사는 세상 아닌 모든 이가 행복해지는 그런 사람 살이의 가치말이다.
옛글을 거울삼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