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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대전 장태산 휴양림휴양림을 찾아서 2020. 11. 23. 13:00
올해는 우리 삶의 중앙에 바이러스가 똬리를 틀고 앉아 우리 모두를 주눅 들게 하였다. 이동도 어려웠고, 누군가를 만나는 일들은 시험대에 오르는 긴장감을 동반하게 하여 나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겨우 같이 사는 가족 이외에는 접촉하는 것을 꺼려할 만큼 모두 예민해졌고, 그렇게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확진자 수가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그 즈음이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라 그런대로 코로나도 우선하여 11월 첫 주에 여행을 떠났다. 첫 행선지는 대전 장태산 휴양림이었다. 딸이 대전에 일이 있어 함께 갈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산골짜기에 있는 휴양림의 특성상 먹거리를 준비해 가지고 가야 한다. 우리는 상의 끝에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광어회를 떠가기로 하였다. 코로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휴가 준비를 한 것은 실은 남편에게 쉼을 주고자 한 것이었는데 더불어 작업이 일상인 예술가인 딸도 함께 하기로 한 것이었다.
우리는 설레는 기분으로 준비를 하고 오이도를 경유했다. 그곳에서 아침에 어부의 그물에 걸렸다는 펄떡이는 광어 한 마리 회를 뜨고 매운탕거리도 얻었다. 어부의 아내는 개시라면서 신이 나서 칼질을 한다. 그러면서 새벽에 바다에 나가 그물을 걷어올리고 아침도 못 먹고 일하고 있다면서 시집을 잘 못 와서 그렇다고 푸념을 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자못 신이 난 표정이었다.
인간 세상살이가 어지럽게 바뀌어 가고 있지만 자연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보내고 오는 계절을 보여준다. 장태산 입구에 도착하여 출렁다리와 스카이브릿지를 구경하는데 폐부 깊은 속까지 씻어주는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정말 속이 뻥 뚫릴 것 같은 시원함이었다.
주차장 근처에 있는 출렁다리와 연결된 작은 전망대. 바람이 정말 시원하였다. 장태산 휴양림은 메타세쿼이어 숲이 휴양림 전체를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온통 메타세쿼이어이다. 우리는 출렁다리를 건너고 팔각정으로 된 낮은 전망대까지 올랐다가 산으로 이어진 계단을 올랐다. 장태산 전망대라고 쓰여진 이정표를 향해 남편은 벌써 저 멀리 앞서가고 있는데 딸이 계단을 오르기가 어렵다며 전진이 더디었다. 어려서는 운동신경도 괜찮았는데 커서 운동이 부족했나 보다. 난 중간에서 남편과 딸의 거리를 조절해 가며 올랐는데 숨이 찰 만큼 가팔랐다. 저기 보이는 산봉우리가 정상인가? 우리는 그런 기대를 품고 헐떡이면서 올라간다. 그러나 올라가보면 다시 내리막이 있고, 다시 오르막이 보인다. 정상은 어딘지 모르겠다. 그래도 능선을 따라 걷는 오솔길은 험하지 않아서 걸을만 했다.
출렁다라쪽에서 오르는 산, 계단이 많다. 오후의 산길 산에 오르는 게 사는 것하고 비슷하다. 우리네 삶도 이정표가 없거나 있어도 제대로 알려주지는 않을 때가 많으니까. 도대체 산 전망대는 어디에 있는 걸까.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분들에게 물어보니 그들도 산 전망대를 찾다가 포기를 하고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다.
어쩌지? 그 계단 많은 길을 다시 내려가야 하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는데 나뭇가지 사이로 아름다운 통나무집이 서너 채 보였다. 야, 저기가 숲속의 집인가 봐. 그곳을 향해 발걸음이 빨라졌다. 예상대로 우리가 예약한 잣나무집이 나타났다.
아름다운 풍경 숲속의 집이 보인다. 높은 곳에 계단식으로 집을 지어놓았으니 전망이 기가 막히다. 정문으로 이어지는 길 양편으로 메타세쿼이어가 줄지어 열병식을 하고 노르스름한 잎사귀가 넘어지는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체크인을 안했으므로 그리고 차는 저 아래 정문 밖 주차장에 있으므로 거기까지 걸어가야 했다. 잣나무 집에서부터 정문까지는 메타세쿼이어 숲이다. 그래도 아무도 다리가 아프다고 불평하지 않고 그림 같은 풍경 속으로 들어갔다. 마음과 몸이 저절로 치유되는 그런 기분이었다.
우린 저녁으로 회를 맛있게 먹었는데, 저녁을 먹고 난 시간이 여섯 시였다. 도시 같으면 초저녁인 이 시간이 산골에서는 한밤중 같다. 이 긴긴 밤을 어찌 보내나. 딸과 나는 방에서 끝말잇기를 하면서 놀았는데, 남편은 미국 대선 뉴스로 도배된 티비를 보고 누워 있다. 각자 자기 편한대로다.
숙소는 하룻밤 묵어가기에 딱 좋을 정도로 크기가 알맞고, 지붕의 경사면을 살린 방의 천정과 작은 창문은 운치를 더하게 하였다. 밤에 잠시 밖으로 나왔더니 딸이 따라 나온다. 밤의 정적은 주위의 어둠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찬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만이 살아 있다.
잣나무집 노란색의 원초적 본능 전망대 장태루에서 보는 호수 다음날은 일찍 일어난 남편이 벌써 숲을 산책하고 왔다고 했다. 아침을 먹고 다시 남편과 나는 어제 못 갔던 전망대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장태산 산허리에 임도가 있었는데 길이 잘 닦여 있고 매우 아름다웠다. 가다보니 휴가 차 들렀다는 대통령 부부가 걷는 뒷모습 사진이 걸려있다. 전망대에 올라가니 산 아래에 있는 작은 호수가 보인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있는 팔각정 장태루에도 웃고 떠드는 사람들 무리가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걷고 숙소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고 쉬다가 휴양림을 나왔다.
2020.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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