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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농사
수리재 이야기
2008. 10. 6. 20:35
청량 고추를 많이 심은 덕에 고추를 따다보면 손이 매워 아릿하다.
밑거름도 없이 거의 생땅이다 싶은 곳에 고추를 심고 단 한 번
복합 비료를 정말 조금 주었을 뿐이라 고추를 따려면 엎드려야 한다.
요즘 고추는 키가 커서 서서 따고 앉아서 딴다는데
우리 고추는 약도 한번 안 먹은지라 약해보이기만 하다.
그래도 큰 병없이 자라 빨갛게 익은 고추를 보면 꽃만치 예쁘다.
언니넨 그나마 비료를 많이 주었는지 잘못 주었는지 비료 독에
크지도 못해 얼마 달리지도 않았다.
마트 장바구니 두 개 정도를 첫물로 따고 보니
말릴 일이 걱정이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올해 초가을 날씨가 여름 못지않게 덥고 비가 오지 않아
말리는데 고생을 하지 않았다. 한 열흘 정도 좋은 햇볕에 말리니
바삭바삭한 소리가 났다. 볕이 아니면 고추 썩어나가는 걸 어찌 봐야 하나하고
걱정했었다. 사실 고추를 널었다가 걷어 들였다가 하기도 수월치가 않았다.
어디 나갈 일이 있어도 비 올까봐 걱정부터 되었다.
다른 작물은 걷어 들이면 끝이 나는데 고추는 잘 말릴 때까지 맘을 놓을 수 없어
더 어려운 농사 같다.
올해는 정말 농약 한 번 안친 고추 가루를 먹게 되었다.
투명한 고추에 행주질을 하며 생각하니, 조금씩이라도 나눠줘야 할 사람들이 많다.
모두 빻으면 다섯 근이나 될까. 그래도 욕심부리지 않겠다고 혼자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