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평장에 내다 팔아야 돈 사는 이장네는 "아유, 속상하지 뭐. 돼지 주려고 키웠나." 하며
근심스러워하였다.
그러더니 그날 저녁, 집 앞 길가에 낯선 트럭이 서 있어 누군가 했더니 마을 포수라 하였다.
잠복근무라 했다. 다음 날 아침 고추밭에서 먹을 고추를 따고 있는데
옥수수밭에서 큰소리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이장이었다. 한걸음에 달려가보니 옥수숫대가
1소대 정도 쪼르르 넘어져 있고 열매가 없어진 게 돼지 짓이었다. 이장 주먹이 들어가는 큰 발자국과 작은 돼지발자국이 어지럽다. 이장은 포수한테 어찌된 일인지 전화로 묻고 있는 중이었다. 포수는 새벽 한 시까지 망을 보며 기다리다 집에 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개들이 두 세 시경 짖은 게 생각났다.
아마 사람은 돼지 오기를, 돼지는 사람 가기를 서로 망을 본 것 같았다.
그날 저녁은 보름 때라 구름 없는 하늘에 밝은 달이 너무도 아름다워 달구경하느라
늦게까지 잠 못 들고 마당에 있었는데 개가 옥수수 밭 쪽을 향하여 짖었다.
우리도 귀를 쫑긋 세우고 무슨 소리가 들리나 집중하였지만 가끔 바람에 스치는 옥수숫잎 서걱
대는 소리와 소쩍새 우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저녁이면 오늘은 돼지가 잡힐까? 옥수수는 어찌 될까에 신경이 쓰여서 개 짖는 소리가 조금만
나도 마당가로 뛰어나가 보았다. 그러나 밤마다 간헐적으로 개가 짖기는 하였지만 더 이상 피해는